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테슬라 주가 끝없는 추락… 서학개미는 저가매수 공세

입력 | 2022-12-26 03:00:00

주가 1년만에 69% 폭락했지만 서학개미는 올들어 3.5조 사들여
“머스크 리스크에 팬덤 발빼는 중”… “성장세 이어갈 것” 전망 엇갈려




글로벌 전기차 선두기업인 테슬라의 주가가 연초 대비 70% 가까이 폭락하며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서학개미’들은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고 올해 들어서만 3조5000억 원이 넘는 테슬라 주식을 사들였다.

일론 머스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잦은 실언과 기행으로 테슬라의 ‘팬덤’이 무너지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와 중장기 성장동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장밋빛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 주가 반 토막, 서학개미 1조4000억 원 사들여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27억4583만 달러(약 3조5256억 원)어치 사들였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가운데 1위다.

특히 3분기(7∼9월)엔 순매도세를 보이다 10월 이후 11억1083만 달러(약 1조426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서도 1억4943만 달러 규모의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테슬라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서학개미들이 저가 매수 공세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23일 123.15달러에 마감해 2020년 9월 9일(122.09달러)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1월 3일(399.93달러)에 비해 69.2% 폭락한 수준이다. 8월까지만 해도 270∼300달러대를 유지했지만 9월 장중 313.8달러를 찍은 뒤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강도 긴축 여파로 기술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인 가운데 경기 침체에 따른 전기차 수요 둔화, 경쟁업체의 약진 등이 테슬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다 트위터 인수에 따른 자금 압박과 머스크의 잇단 정치적 발언 등도 악영향을 미쳤다. 임은영 삼성증권 EV·모빌리티팀장은 “중국, 독일 등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됐다. 가장 큰 리스크는 머스크의 비전에 열광해 온 미국 소비자들의 팬덤이 식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머스크가 트위터 CEO에서 사임하고 차량 할인 폭을 대폭 확대해도 주가가 반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브랜드 가치 훼손” vs “성장동력 여전”
최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305달러에 23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 다이와캐피털마켓도 240달러에서 177달러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전기차 공급량은 늘어난 반면 수요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머스크 CEO의 실언이 테슬라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테슬라의 성장세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전기차의 빠른 보급률을 감안하면 테슬라의 외형 성장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내년 테슬라의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는 215억900만 달러로 올해보다 4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또 테슬라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임 팀장은 “IRA의 대규모 세제 혜택과 매출 기준으로 150∼200% 성장이 전망되는 에너지 사업, 사이버트럭 양산 등이 내년 테슬라의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와 머스크를 분리해 생각할 수는 없지만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 등은 테슬라의 경쟁력과 무관하다”며 “결국 경기 둔화 폭이 중요하고 금융위기와 같은 급격한 침체로 가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테슬라 실적은 견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