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등 가족-지인 부탁에 약 쇼핑 ‘1인당 1개’ 문구 내걸고 판매 제한
25일 일본 도쿄의 한 약국에 ‘감기약, 진통제, 목 스프레이는 1인당 2개까지 구입할 수 있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도쿄=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25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의 한 대형 약국. 평소 가득 차 있던 판매대에 듬성듬성 빈 곳이 보였다. 한 유명 감기약 브랜드 코너에는 ‘1인당 2개까지 구입할 수 있다’는 일본어 안내 문구가 쓰여 있었다. 바로 옆에는 ‘1인당 1개까지 구입할 수 있다’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문구가 있었다. 약국 점원은 “최근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감기약을 대량으로 사는 경우가 많아 부득이하게 판매 제한을 뒀다. 공급이 달려 어쩔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연말 도쿄에 때 아닌 ‘감기약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거세게 확산되면서 중국에 가족, 친척, 지인을 둔 사람들이 도쿄의 약국에서 ‘감기약 싹쓸이 쇼핑’에 나섰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해외여행 규제가 아직 풀리지 않아 중국인이 직접 일본에 와서 감기약을 사가는 경우는 드물다. 중국에 지인이나 가족이 있는 일본 거주자나 여행객의 수요만으로도 도쿄의 감기약이 부족해질 정도다. 그만큼 중국 내 감기약 품귀 현상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케부쿠로의 약국에서 만난 한 중국인 유학생은 “중국의 가족, 지인 부탁으로 인근 약국을 돌면서 감기약과 진통제를 사고 있다. 부탁받은 걸 다 사려면 약국 20곳 이상은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코로나19 항원검사 키트가 수백 개 담긴 대형 상자를 통째로 사는 외국인이 많아져 긴급 판매 수량 제한을 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 유명 감기약 제약사 관계자는 “감기약을 못 사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향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