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公의식 실종 ‘정치업자’ 판쳐 ‘방 빼기’ 거부하는 최고 노인 일자리 ‘그 나물에 그 밥’ 與 전대, 관심 못 끌어 경제 한파에 ‘그들만의 잿밥’ 잔치인가
박제균 논설주간
“내가 득점하는 것보다 팀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스포츠 경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멘트다. 하지만 이는 스포츠 세계의 미담일 뿐. 어느 때부턴가 한국 정치에선 이런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팀의 승리(정권의 성공)보다 자신의 득점(당선)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작금의 여의도다.
‘나보다는 당(黨), 당보다는 나라’를 앞세웠던 선배 정치인들의 공(公)의식은 실종된 지 오래다. 그 대신 정치 영역이 자신들의 전유물인 양 착각하는 ‘정치업자’들이 판친다. 여의도를 ‘정치 양로원’ 삼는 노추(老醜)들이 늘어만 간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으로, 대선후보가 광역단체장으로 격을 낮추며 한사코 방 빼기를 거부한다.
이러니 국회가 신인들의 충원을 막고, 권세와 생계를 동시에 챙겨주는 최고의 노인 일자리로 전락해가는 느낌이다.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정치에 발 들이고 제 발로 나온 사람은 거의 없다. 시대의 화두인 ‘세대 불평등 해소’에 가장 노력해야 할 정치야말로 그 불평등의 본산(本山)이다.
벌써부터 염불보다 잿밥에 혈안이 된 국민의힘 3월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룰을 놓고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했으나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거론되는 후보들만 놓고 보면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후 첫 집권여당 대표를 맡을 만한 무게감과 개혁 의지를 지닌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친윤(親尹) 주자든, 비윤(非尹) 주자든 ‘윤 정부의 성공’이라는 염불을 외지만, ‘공천권 혹은 공천’이라는 잿밥에만 쏠려 있다.
비윤 주자 중 윤 대통령 쪽에서 가장 먼 유승민 전 의원을 보자. 유승민은 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들이받으며 정치적으로 컸다. 돌아보면 여당 원내대표라는 분이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를 노린 건 ‘자기 정치’요, 물러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운운한 건 치기(稚氣)에 가까웠다. 그런 그를 키운 건 ‘배신의 정치’로 찍어낸 박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이후 유승민은 탈당 창당 합당 등을 거듭하며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한 번은 본선에서, 한 번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올해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에까지 도전해 경선 탈락했다. 그쯤 됐으면 자신의 정치 인생을 돌아볼 때도 된 거 같은데, 또다시 뛰어들었다.
다른 주자들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만족함을 알고 멈추기를 바람)’하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줬으면 하는 분들이거나 ‘친윤’이라는 라벨만 떼면 당 대표가 아니라 원내대표하기에도 버거운 정치력을 지닌 분들이 거의 다다.
그러니 윤 대통령으로선 오히려 ‘친윤 공천’이란 말을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에 업혀 당선되려는 사람들만 좋은 일 시키고, 정작 자신은 실패하지 않으려면. 이런 점에서 전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친윤 공천의 자락을 까는 듯한 ‘당원투표 100%’ 룰 변경이 과연 대통령에게 득이 될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내년 상반기엔 최악의 경제 한파가 몰려온다. 국민의힘이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논공행상이라도 하듯, ‘그들만의 잿밥’을 놓고 벌이는 잔치가 국민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윤 대통령과 여당 사람들은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집권세력이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