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60세 이상 고령층이나 감염 취약시설에 계신 분 등 고위험군은 꼭 개량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고위험군이 얼마나 면역력을 갖는지가 실내 마스크 해제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진구 기자
《관심을 모았던 실내 마스크 해제 시기는 결국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아직은 해제 시점을 밝힐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 대신 방역당국은 해제가 가능한 전제 조건을 발표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 겸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60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의 면역력이 아직 많이 낮은 상태”라며 “전력을 다해 고위험군의 동절기 추가 접종률을 높여야 할 때에 섣부르게 실내 마스크 해제 논란을 촉발시켜 불필요한 행정력만 낭비시켰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해제 논란이 오히려 방역에 지장을 줬다고….
“지금 상황이 60세 이하의 건강한 사람은 동절기 추가 접종(개량 백신)을 안 해도 된다. 하지만 60세 이상 고령층과 요양병원 같은 감염취약시설에 계신 분 등 고위험군은 여전히 사망자 수 등에서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고위험군의 개량 백신 접종률을 올려야 할 시기인데, 그 인력과 시간이 실내 마스크 해제 논란에 대응하느라 낭비됐다. 더군다나 국민에게 이제 곧 벗게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바람에 경각심을 낮춰 버린 면도 있다.”
“물론 마스크 피로도가 분명히 있고,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벗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60세 이하만 해제할 수도 없지 않나. 마스크를 벗으면 확진자는 반드시 는다. 고위험군의 치명률이 아직 낮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실내 마스크 해제로 고령층 등의 사망자가 늘면 어떻게 하나. 그래서 개량 백신 접종률을 더 올린 후에 풀자는 거다. 그런데, 갑자기 대전시가 이달 초 중앙정부가 먼저 풀지 않으면 이달 15일부터 먼저 벗겠다고 시점까지 밝히는 바람에 사회적 이슈가 됐다. 개량 백신 접종과 치료제 처방률 제고, 취약 시설 관리 등에 더 신경을 써서 고위험군 사망자를 한 명이라도 더 낮춰야 할 시기에 국무총리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각 지자체 관련 공무원들이 모두 마스크 해제 논란에 대응하느라 난리가 난 거다. 23일 실내 마스크 해제 로드맵 발표도 등 떠밀려 한 면이 있다.”
―원래 예정된 계획이 아니었나.
“실내 마스크 해제 여부는 방역의 우선순위에서는 훨씬 밀리는 사안이다. 내가 알기로는 12월 초까지 올해 안에 해제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는 계획은 없었다. 모든 방역 정책이 지금까지 자문위 자문을 거쳤는데 그런 자문이 들어온 적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자체가 먼저 풀겠다고 나서기 시작하니까 사태를 진정시키고 제어하기 위해 발표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거다. 여건이 안 된 상태에서 해제 시점을 밝힌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게 정치 방역이다. 그래서 결국 이번에 해제의 전제 조건만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거고. 안 그래도 지난 정부 때 정치방역 논란이 많았는데 이제는 지자체까지 그러니….”
―대전은 방역을 잘해서 그런 건가.
“이달 초 먼저 해제하겠다고 논란을 일으켰을 때 대전의 감염 취약시설 개량 백신 접종률은 30% 초반대로 전국 평균보다도 낮았다. 지금(20일 기준)도 41.8%로 전국 평균 46.4%보다 낮다.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함께 실내 마스크 해제를 요구했던 충남은 중환자실 점유율이 굉장히 높다. 실내 마스크 해제로 위중증 환자가 늘면 다른 지자체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왜 다른 지역에 피해를 주나. 논란을 일으킬 시간이 있으면 개량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지.”
“최근에 나온 논문이 하나 있는데, 코의 온도를 낮췄더니 면역력이 확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간단히 말해 추워지면 왜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지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내가 호흡기 질환 분야만 40년 경력이다. 겨울철에는 무조건 바쁘다. 지금 아이들 독감 환자도 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미 폭증했어야 했는데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마스크 때문인가.) “그렇다.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마스크를 벗으면 반드시 더 는다. 그리고 지금 걸려도 검사나 치료를 안 받는 숨은 확진자가 굉장히 많다. 검사도 이제는 대부분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아닌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 항원검사를 받는다. 드러난 통계 수치만 봐서는 안 된다.”
―내년 설 연휴 전에는 해제가 어렵나.
“지금(20일 기준) 동절기 추가 접종률이 60세 이상은 27.8%, 감염취약시설은 46.4% 정도다. 이게 60세 이상은 50%, 감염 취약시설도 60%를 넘기면 대체로 고위험군(1450만 명)의 75% 정도가 면역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게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느냐의 마지막 기준이 될 거다. 해제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면 개량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 된다. 만약 그게 안 되면… 그때 가서도 풀 수는 없다. 그랬더니 얼마 전에 경기도 의사회에서 날 징계하겠다며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더라.”
―실내 마스크를 풀 때가 아니라고 했다고 징계한다고? 더군다나 당신은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인데….
※경기도 의사회는 9월 실내 마스크 즉각 해제,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2급에서 인플루엔자 수준인 4급 감염병으로 전환하라는 성명을 냈다.
―나랏일 하느라 휴직한 건가.
“그게 아니고… 내가 아이들 실내 마스크를 강제하는 아동학대범이라며 경기도 의사회에 제소한 시민단체가 있는데, 한 달째 우리 병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마스크도 안 쓴 채 진료실까지 쳐들어오고, 그로 인해 다른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주다 보니 병원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당분간 나오지 말라고 했다.”
―마스크 의무화는 지난 정부 때 결정됐고, 당신은 관여도 안 했는데 왜?
―치료제 처방률은 왜 높지 않은 건가.
“지금은 좀 올라가고 있는데, 그동안 지자체 방역당국이나 의사들이 라게브리오나 팍스로비드 같은 치료제를 처방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면이 있었다.” (약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처방하지 않았다고?) “초기에 팍스로비드가 라게브리오보다 효과가 좋은 걸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가 팍스로비드는 함께 먹으면 안 되는 금기약이 23가지나 된다. 23가지 중 하나라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없는 거다. 전국에 원스톱 진료기관이 1만 곳 정도 되다 보니 내과 의사보다 다른 과 의사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들 중에는 이 23개 약을 안 써 본 사람이 꽤 된다. 또 자신이 복용 중인 약을 말해 주지 않는 환자도 있다 보니 의사로서는 책임질 일이 생기지 않게 처방에 소극적이 됐던 거다. 이후에 라게브리오의 성적이 굉장히 올라갔는데, 라게브리오는 금기약이 없다. 그래서 지금은 치료제 처방률이 30%대로 꽤 올라갔고, 더 오르고 있다.”
―강조하는 개량 백신은 1∼4차 백신과 많이 다른가.
“지금 접종하는 개량 백신은 4차까지의 백신과는 완전히 다르다. 4차까지의 백신에는 지금 유행하는 BA.5는 물론이고 오미크론도 없었다. 개량 백신은 이런 걸 모두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고, 그래서 이름도 특별히 ‘개량’이라고 붙인 거다. 확실히 효과가 다르다. 60세 이하의 건강한 사람들은 안 맞아도 되지만, 60세 이상이라면 자기 방어를 위해서 꼭 맞아야 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