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마르지엘라 국내 첫 개인전, 작품 50점 선보여 반전요소 강해 정보없이 감상 추천
전시 ‘마틴 마르지엘라’의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미디어아트 작품 ‘라이트 테스트’(왼쪽 사진)는 관람 동선 마지막에 배치됐다. 2m 가까운 빨간색 손톱 형상들을 바닥에 전시한 ‘레드 네일스’(오른쪽 사진). 롯데뮤지엄 제공
(※아래 기사에는 전시 ‘마틴 마르지엘라’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만 ‘스포일러’가 있는 게 아니다. 전시도 미리 내용을 알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24일 개막한 ‘마틴 마르지엘라’는 반전 요소가 강해 웬만하면 사전정보를 모른 채 감상하길 권한다.
마틴 마르지엘라(65)는 프랑스 유명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인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2008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더니 지난해부터 순수미술에 전념하며 전시 활동을 이어왔다. 조각과 회화 등 50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다.
‘라이트 테스트’를 보고 나면 마르지엘라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아름다움이란 게 도대체 뭐냐”고 묻는 것이다. 예를 들어 ‘레드 네일스’(2019년)와 ‘레드 네일스 모델’(2021년)은 둘 다 붉은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을 형상화했다. 그런데 매력적인 레드 네일스 모델과 달리, 높이 197cm로 대략 5배쯤 큰 레드 네일스는 불편하게 느껴진다. 롯데뮤지엄은 “똑같은 생김새라도 모양과 크기에 따라 아름다움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마르지엘라는 인체와 시간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내년 3월 26일까지. 9000∼1만9000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