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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경제 전망도 ‘컴컴’… 美 10대 투자은행 8곳 “경기침체 온다”

입력 | 2022-12-26 16:24:00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


미국 10대 투자은행(IB) 중 8곳이 새해 미 경제가 침체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BER)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가 내년 침체를 앞두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새해 경제 전망이 어두운 주 원인으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꼽힌다. 치솟는 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꺼내든 공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이 주택경기 침체, 주가 하락, 실업 증가, 소비 부진 등으로 이어져 내년 세계 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투자은행들은 예상했다.

CBER은 26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1980년대 이후 처음 치른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대가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라며 “올해 초에는 ‘인플레이션이 올 것인가’가 논쟁의 중심이었다면 새해는 경기 침체가 얼마나 심각할지, 회복이 얼마나 빠를 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美 내년 침체에 금리인하 가능성”
최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미 모건스탠리, JP모건,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TD은행, 시티, 일본 노무라증권, 독일 도이체방크 등 월가 10대 투자은행의 새해 전망을 분석한 결과 내년 미 경제에 침체가 올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10곳 중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제외한 8개 투자은행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소비 부진이 이어져 침체를 야기할 것으로 봤다.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현재 4.25~4.5%인 미 기준금리를 내년 5~5.5%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언제쯤 금리를 인하할 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지만 10곳 중 6곳이 내년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내년 3분기(7~9월), 모건스탠리 등 5곳은 내년 4분기(10~12월)를 금리 인하 시점으로 예상했다. 연준이 인플레 위협 때문에 아직은 “내년 금리 인하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 침체 때문에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 “美, 11월 소비지출 증가율 0%”
연준이 내년에도 고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는 측은 서비스물가 상승으로 고물가가 고착할 것으로 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동차 가구 등 내구재 물가가 잡혔지만 높은 서비스물가로 연준의 긴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 경제를 지탱하는 소비는 11월 개인소비지출 실질 증가율이 0%에 그치는 등 둔화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소비를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여행, 외식 등을 즐기고 있어 서비스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뉴욕의 외식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동안 문 닫은 식당이 많아 아직까지 살아남은 곳은 음식 값이 비싸도 장사가 잘 된다. 구인난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미 기업인이 보는 새해 경기 전망은 어둡다. 컨퍼런스보드가 올 4분기(10~12월) 미 최고경영자(CEO) 136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8%가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85%는 “침체가 가볍게 지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