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lexander Campagna 씨 페이스북
폭설로 큰 피해가 발생한 미국 뉴욕 주에서 눈 속에 갇힌 한국 관광객 9명이 친절한 미국인 부부를 만나 훈훈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평택에서 미국으로 신혼여행을 온 한국인 최요셉 씨(27) 등 한국 관광객 9명이 생면부지의 미국인 부부의 도움을 받은 사연을 전했다.
최 씨 부부와 인디애나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과 그의 부모, 서울에서 온 대학생 친구 2명 등 여자 6명과 남자 3명으로 이뤄진 이들 한국 관광객들은 지난 23일 승합차를 타고 워싱턴에서 출발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중 뉴욕 주 윌리엄즈빌에서 차가 눈 쌓인 도로에서 도랑에 빠졌다.
캠파냐 씨는 뉴욕타임스에 “우연히 여관 주인이 됐다”며 “이 곳의 폭풍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뉴욕 주는 이번 겨울 폭풍으로 버펄로에 최대 110㎝에 이르는 눈이 내렸고, 버펄로가 포함된 이리 카운티에서는 지금까지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가 있었다.
마침 캠파냐 씨 부부는 폭설로 며칠간 밖에 나가지 못할 것을 대비해 냉장고를 각종 식자재로 가득 채워놓은 상태였다. 또 이들 부부는 평소에 한국 음식을 즐겼기 때문에 집안에 간장, 고추장, 참기름 등의 한국 조미료도 구비돼 있었다. 이들 9명의 관광객은 캠파냐 씨의 집에서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최 씨는 캠파냐 씨 집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을 두고 “왠지 운명 같다. 캠파냐 씨 부부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라며 “피곤했지만 신이 났다. 미국인들의 따뜻한 환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운 좋게도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감사를 표했다.
25일 눈이 잦아들고 도로 제설작업이 이뤄지면서 한국 관광객들은 뉴욕 시로 떠났다. 타임스 스퀘어에서 새해맞이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최 씨 부부를 제외한 나머지 관광객들은 이번 주 귀국할 예정이다. 최 씨는 “하루 더 발이 묶였다면 불고기와 한국식 그릴 요리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