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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韓 관광객 9명에 집 내어준 생면부지 미국인 부부

입력 | 2022-12-26 16:34:00

사진=Alexander Campagna 씨 페이스북


폭설로 큰 피해가 발생한 미국 뉴욕 주에서 눈 속에 갇힌 한국 관광객 9명이 친절한 미국인 부부를 만나 훈훈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평택에서 미국으로 신혼여행을 온 한국인 최요셉 씨(27) 등 한국 관광객 9명이 생면부지의 미국인 부부의 도움을 받은 사연을 전했다.

최 씨 부부와 인디애나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과 그의 부모, 서울에서 온 대학생 친구 2명 등 여자 6명과 남자 3명으로 이뤄진 이들 한국 관광객들은 지난 23일 승합차를 타고 워싱턴에서 출발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중 뉴욕 주 윌리엄즈빌에서 차가 눈 쌓인 도로에서 도랑에 빠졌다.

최 씨는 차를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삽을 빌리기 위해 주변의 한 주택 문을 두드렸다. 이 집은 치과 의사인 알렉산더 캠파냐 씨(40) 부부가 사는 집이었다. 캠파냐 씨와 아내 앤드리아 씨 부부는 폭설이 예보된 상황에서 이들이 더 이상 이동하다가는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삽을 빌려주는 대신 이들을 자신의 집안으로 들였다.

캠파냐 씨는 뉴욕타임스에 “우연히 여관 주인이 됐다”며 “이 곳의 폭풍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뉴욕 주는 이번 겨울 폭풍으로 버펄로에 최대 110㎝에 이르는 눈이 내렸고, 버펄로가 포함된 이리 카운티에서는 지금까지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가 있었다.

마침 캠파냐 씨 부부는 폭설로 며칠간 밖에 나가지 못할 것을 대비해 냉장고를 각종 식자재로 가득 채워놓은 상태였다. 또 이들 부부는 평소에 한국 음식을 즐겼기 때문에 집안에 간장, 고추장, 참기름 등의 한국 조미료도 구비돼 있었다. 이들 9명의 관광객은 캠파냐 씨의 집에서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최 씨는 캠파냐 씨 집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을 두고 “왠지 운명 같다. 캠파냐 씨 부부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라며 “피곤했지만 신이 났다. 미국인들의 따뜻한 환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운 좋게도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감사를 표했다.

25일 눈이 잦아들고 도로 제설작업이 이뤄지면서 한국 관광객들은 뉴욕 시로 떠났다. 타임스 스퀘어에서 새해맞이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최 씨 부부를 제외한 나머지 관광객들은 이번 주 귀국할 예정이다. 최 씨는 “하루 더 발이 묶였다면 불고기와 한국식 그릴 요리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캠파냐 씨는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고 특별한 축복이었다.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 경험은 우리 부부에게 한국 방문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하게 했다”고 말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