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위기를 기회로]〈5〉동네 상인들과 상생 파트너로 디지털 서비스시대 지역상권 소외… 혁신기술로 IT연결… 경쟁력 강화 ‘사회문제 해결’ 소셜벤처도 늘어… 장애인용 촉각디스플레이 인기
경기도의 한 슈퍼마켓을 찾은 고객이 매장에 설치된 셀프계산대를 이용해 물건을 계산하고 있다. 리테일앤인사이트 제공
경기 시흥시 A마트는 지난해 모바일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한 뒤 손님이 월평균 14% 늘었다. 월 매출 역시 22% 증가했다. 대형마트처럼 온라인 주문과 간편 결제, 할인쿠폰 사용 등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신규 회원 수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주변 회원에게 마감세일 정보를 공유하는 ‘땡처리 알림’으로 신선식품 폐기율은 기존 5%에서 0%로 줄였다. 동시에 스마트 정산 시스템으로 ‘원 플러스 원(1+1)’ 행사는 더 늘렸다.
대형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판매 방식이 동네슈퍼에서 가능해진 건 스타트업 덕분이다. 2019년 창업한 리테일앤인사이트는 지역 중소 마트들의 공급망·고객관리, 단말기 시스템을 통합한 ‘토마토’를 지난해 1월 내놓은 뒤 2년 만에 가맹 점포가 3300곳으로 늘었다. 성준경 리테일앤인사이트 대표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전국 지역마트들을 연결해 공동구매, 프로모션 등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자본과 기술력에 밀려 디지털 전환 경쟁에서 고전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스타트업들이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과도한 수수료로 ‘약탈자’ 오명을 쓴 대형 플랫폼들과 달리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로 소상공인을 돕는 ‘상생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있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벤처와 임팩트투자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 혁신기술로 소상공인 경쟁력 높이는 스타트업
경영 효율화는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엑셀과 화이트보드 등 수기로 차량 예약을 하던 지역 중소 렌터카 업체들은 카모아의 무료 제공 ERP ‘카모아 파트너스’를 통해 예약대기 차량을 실시간으로 플랫폼에 노출해 매출을 높이고 있다. 제주의 한 업체는 입점 후 매출이 200% 이상 상승했다.
전국 소상공인 점포에 무인 주류판매기를 공급하는 도시공유플랫폼의 박진석 대표는 “매장 유휴공간에 설치해 대당 하루 5만∼15만 원의 추가 수익이 나오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 고도화로 청소년 판매를 봉쇄해 과태료 피해도 막고 있다”고 말했다.
○ 장애-환경 등 사회적 문제 해결하는 ‘소셜벤처’
중기부는 소셜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할 수 있는 자가측정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컨대 다문화 및 저소득 가정의 한글 교육 접근성을 개선하는 디지털 학습도구 스타트업 에누마의 경우 사회적 가치가 교육지도사 투입 비용에서 솔루션 비용을 뺀 10억7200만 원으로 계산되는 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글로벌 진출과 투자 유치에 활용하고 매년 ESG 목표를 높이는 데 밑자료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K소셜벤처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자체 개발한 촉각 셀을 기반으로 지난해 세계 최초 촉각디스플레이를 선보인 ‘닷’은 애플 아이폰 등과 연동돼 시각장애인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부터 미국 국공립 시각장애인학교 조달제품으로 공급된다. 파도의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소셜벤처 ‘인진’은 베트남 캐나다 프랑스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