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직업재활 지원사업 상담 통해 하고 싶은 일 찾게 돕고, 적합한 사업장 알선해 적응 훈련 취업 후에도 직무 조정-이직 지원 올 10월까지 참여자 32% 취업 성공
병원 내 푸드매장에서 주방보조로 일하는 김범수 씨(위쪽 사진)와 바리스타인 성상규 씨는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의 ‘중증장애인 직업재활 지원사업’을 통해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데 성공했다.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제공
서울의 한 대형 병원 내 풀무원푸드앤컬처 매장에서 주방보조로 일하고 있는 김범수 씨(24). 그는 이곳에서 ‘슈퍼맨’으로 통한다. 183cm의 큰 키에 힘이 센 그에게 동료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가 도와주기 때문이다. 중증 지적장애인인 김 씨는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0월 이 매장에 취업할 수 있었다.
○ 장애 딛고 ‘딱 맞는 일자리’ 찾아
이곳은 김 씨의 두 번째 직장이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취업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 고민하다가 2017년부터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직업 적응훈련을 받았다. 2년간 훈련받은 뒤 한 업체에 취직해 파쇄 등 사무보조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2년의 계약이 끝나고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그는 기왕이면 사람들과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업무를 원했고 현재 직장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김 씨는 “매장 점장님이 일대일로 가르쳐 주셔서 일을 빨리 배울 수 있었고, 다 같이 대화하며 밥을 먹을 수 있는 분위기도 좋았다”며 “식당 일이라 힘들 줄 알았는데 힘이 세고 체력도 좋은 편이라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성상규 씨(27)도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을 통해 바리스타의 꿈을 이뤘다. 고교 졸업 후 취업하고 싶었던 그는 2016년부터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직업 적응훈련을 받으며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에 맞게 ‘바리스타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성 씨는 취업 알선을 통해 2016년 10월 한 재단 사업장에 바리스타로 취직할 수 있었다.
○ 취업부터 직업 적응까지 맞춤형 지원
두 사람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건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중증 장애인 직업재활 지원사업’ 덕분이었다. 이 사업은 만 15세 이상 등록 장애인과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맞춤형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업 상담부터 직업 적응훈련, 취업 알선과 사후 관리 등 단계별 지원 서비스를 통해 참여자가 원하는 일과 잘 맞는 사업장을 찾도록 돕는다. 올해 10월까지 전국의 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시설, 장애인단체 등 수행기관 171곳에서 1만4433명이 참여했고 이 중 4606명(31.9%)이 취업에 성공했다.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 인구 고용률은 34.6%로 전체 인구(61.2%)의 절반에 그쳤다. 특히 중증 장애인 고용률은 21.8%에 불과했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올 들어 11월까지 198명을 취업시킨 ‘장애인 직업재활 지원사업’ 우수 수행기관 중 하나다. 이 복지관의 이은정 직업지원부 부서장은 “중증 장애인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알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원하는 직무를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직업 적응훈련은 단순한 체험이 아닌, 실제 사업장에 일정 기간 출근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참여자마다 다른 특성을 반영해 적합한 사업장을 알선하고 취업 후 직무와 환경 적합성까지 살펴본다. 취업을 한 후에도 필요한 경우 직무 조정이나 이직 등 꾸준한 관리를 제공해 참여자들이 안정적으로 취업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고용시장 변화에 맞춰 다양한 직무 과정을 개발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늘어난 비대면 직무 가운데 장애인에게 적합한 ‘데이터 라벨러’ 등 새로운 직무를 개발하기도 했다. 데이터 라벨러는 인공지능(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직무다. 이 부서장은 “내년에 일자리 상황이 안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직무를 개발해 취업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