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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용병회사 통해 아프리카서 영향력 확대… “치안유지 대가로 채굴권 챙겨 막대한 이익”

입력 | 2022-12-27 03:00:00

‘친러’ 중아공에만 용병 5000명
대통령 임기연장 개헌에도 관여
美 “러가 阿 자원약탈-인권침해”




“우리는 러시아의 식민지나 다름없다.”

장세르주 보카사 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무장관이 2012년 내전 발발 후 러시아가 좌지우지하는 자국 현실을 언급하며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한 말이다. NYT는 24일 러시아가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을 통해 중아공을 사실상 장악했다고 전했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신경을 쏟는 사이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병(私兵)으로 불리는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최근 미 백악관은 북한이 바그너그룹에 우크라이나전에 쓰일 로켓, 미사일 등을 인도했다고 공개했다.

NYT에 따르면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얼굴을 덮는 복면을 쓰고 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채 거리 곳곳을 활보하지만 아무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현재 약 5000명의 러시아인이 중아공에 체류하고 있다. 상당수가 바그너그룹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중아공에 머무는 명분은 반군 진압 및 치안 유지다. 내전 후 약 1만4500명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배치됐다. 하지만 현지 민심은 바그너그룹에 더 우호적이다. 한 주민은 “반군이 누군가를 죽일 때 유엔군은 사진만 찍어가지만 바그너그룹은 살인자를 찾아 처단해준다”고 옹호했다. 오노레 방두아 브리아주(州) 부지사는 “러시아인 덕분에 평온을 되찾았다. 그들의 폭력성은 효율적”이라고 했다.

바그너그룹은 치안 유지 대가로 금 및 다이아몬드 광산, 삼림 등 자원 채굴권을 넘겨받아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 특히 친러 성향의 포스탱아르캉주 투아데라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개헌 절차에도 관여하고 있다. 올 3월 중아공 주재 러시아대사는 다니엘 다를랑 대법원장을 찾아가 노골적으로 개헌을 요구했다. 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다를랑 대법원장이 10월 축출된 후 개헌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NYT는 러시아가 수단, 말리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5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아프리카 리더 서밋’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중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의 안정성을 해치고 천연자원을 약탈하며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