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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더미 집-車에도 시신”… 美 살인 겨울폭풍 최소 46명 숨져

입력 | 2022-12-27 03:00:00

최대 3m 쌓여 구급-소방차 마비
눈이 연통 막아 가스중독 사망도
텍사스주, 혹한속 이민자 버스 태워
부통령 관저앞에 내리게 해 논란



제설 포기한 제설장비 25일 미국 뉴욕주 윌리엄스빌에서 제설 장비까지 눈구덩이 속에 놓여 있다. 제설 도중에도 눈이 계속 내려 추가 작업이 불가능해진 여파로 보인다. 제설 장비가 조그만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로 쌓인 눈의 양이 많다. 윌리엄스빌=신화 뉴시스


“시신이 집에서도, 차량에서도, 길거리 눈 더미 속에서도 발견됐다. 누구도 이런 크리스마스를 기대하지 않았다.”

최악의 겨울 폭풍과 한파가 휩쓴 미국 뉴욕주의 마크 폴론카즈 이리 카운티 행정수반이 25일 설명한 피해 현황은 전시를 방불케 했다. 미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거의 전역을 강타한 혹한과 눈보라로 이날까지 최소 46명이 숨졌다고 NBC방송은 보도했다.

특히 이리 카운티의 버펄로시는 사망자가 16명으로 늘었다. 이 중 3명은 구조대가 제때 도착하지 못해 숨졌다. 버펄로 나이아가라 국제공항에는 이날 눈이 110cm 쌓였다. 시내 일부에는 눈 더미가 3m 높이까지 쌓였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구급차와 소방차 운행도 마비됐다.

폴론카즈 수반은 “사람들이 차에 이틀 이상 갇혀 있다. 눈 속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람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인명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눈 폭풍에 갇힌 차량은 500여 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것은 대자연과의 전쟁”이라며 “버펄로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폭풍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AP통신은 뉴욕주 나이아가라 카운티에서 눈이 보일러 연통을 막아 집에 있던 27세 남성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버몬트주에서는 여성이 꺾인 나뭇가지에 맞아 숨졌다. 위스콘신주에서는 여성이 강에 빠졌다가 얼음에 갇혀 숨졌다. 오하이오주에서는 50중 추돌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로 10명이 숨졌다. 미주리주와 캔자스주에서도 운전자 4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차가운 북극 기류와 오대양호 인근의 습한 공기가 만나 만들어진 ‘폭탄 사이클론’은 전례 없이 넓게 뻗쳐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미 국립기상청은 “일부 지역에선 야외 활동을 할 경우 몇 분 만에 동상에 걸릴 수 있다”며 폭탄 사이클론이 서서히 약해지겠지만 사망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혹한에 난방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가스관이 얼어붙고 일부 사업장이 운영을 멈추면서 미국 일일 천연가스 생산량은 최근 약 10년간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3일 알래스카, 하와이를 제외한 미 48개 주에서 가스 공급량이 전일 대비 약 10% 감소했다. 텍사스, 뉴잉글랜드 등의 160만 가구에 24일 한때 전력이 끊기자 주요 전력업체는 에너지 절약을 당부했다.

한편 공화당 소속 텍사스 주지사가 영하 8도, 체감온도 20도의 날씨에도 불법 이민자 110∼130명을 버스에 태워 워싱턴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관저 앞으로 강제 이동시켜 논란이 일었다. 25일 미 CNN 방송,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늦게 부통령 관저 앞에 내린 불법 이민자 가운데는 어린이들도 있었고 일부는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외신들은 이민자들을 버스에 태워 옮긴 책임자가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라고 전했다. 애벗 주지사는 올 9월에도 텍사스에 온 불법 이민자들을 해리스 부통령 관저로 옮겨 놓았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불법 이주민의 즉각 추방을 허용하는 ‘42호 조항(타이틀 42)’ 정책을 끝내려는 데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압둘라 하산 백악관 공보비서관은 “잔인하고 위험하며 수치스러운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리치 토레스 민주당 하원의원도 “이런 날씨에 이주민을 길에 버려두는 것은 너무 잔인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