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인기 영공 침범] 軍 “민간 피해 우려 조준에 제한”… 군 안팎 “침범 즉시 사격했어야” 北상공에 정찰기 보내 상응 조치… 놀란 최전방 주민들 “전쟁나는줄”
北 ‘평북 항공구락부’ 준공… 무인기 전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평안북도 항공구락부(클럽) 준공을 알리며 항공구락부 내에 전시된 무인항공기 사진을 보도했다. 신문은 “평안북도 안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의 헌신적 투쟁에 의해 도항공구락부, 도환경보호연구소, 마감건재종합생산기지, 토끼종축장, 신의주시오물처리공장이 연이어 준공됐다”고 했다. 뉴스1
26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서울과 경기도 일대 상공에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북한 무인기들과 이를 뒤쫓는 우리 군용기들의 추격전이 긴박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군은 총 5시간에 걸친 추격 작전에도 서울 상공까지 남하한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는 데 실패한 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등 대응 태세에 허점을 드러냈다. 민간 피해 등을 고려해 격추 작전이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 군의 주장이지만 5년 만의 북한 무인기 도발에 군이 사실상 무력한 대처로 일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 경고방송·사격도 무용, 격파사격도 실패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5분경부터 오전(1대)과 오후(4대)에 걸쳐 경기 파주와 김포, 인천 강화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 5대가 잇달아 MDL을 침범했다. 무인기의 MDL 침범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정면 위배되는 명백한 도발 행위다. 군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북한 무인기들이 MDL에 접근하자 북측에 수차례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하지만 북한 무인기들은 아랑곳없이 MDL을 넘어와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녔다. 그중 한강 하구 중립수역에서 MDL을 넘어온 무인기 1대는 서울로 방향을 잡은 뒤 거의 직진으로 남하했다.
군 안팎에선 초동 조치의 적절성을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인기의 MDL 침범 직후 최단시간 내 조준사격을 해서 영공 침범 범위를 최소화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서울 상공까지 남하한 무인기가 다시 MDL을 넘어 북상하기까지 군이 별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북한 무인기의 탐지 및 타격대응 체계에 중대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 무인기 격추에 실패한 군은 MDL 인근과 이북 지역으로 유·무인 정찰기를 투입해 북한군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상응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군단급 무인 정찰기 송골매(RQ-101) 2대가 각각 서쪽과 동쪽 해안을 따라 MDL 이북 5km 지점까지 북상한 뒤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한 북한군의 대응은 없었다”고 말했다.
○ 가슴 철렁한 최전방 인근 주민들
이날 북한 무인기들의 영공 침범 소식을 접한 경기 김포, 파주 일대 주민들 사이에선 공포가 확산됐다. 김포 지역 맘카페에는 “남편이 민방위 대상자인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군대에 가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 “헬기가 많이 떠다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무서워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북한과 4km가량 떨어진 오두산 통일전망대 인근에 사는 임모 씨(64)는 “무인기가 내려왔다는 소식에 전쟁이 나는 건 아닌지 너무 놀랐다”면서 “남북이 아직 휴전 상태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몇 분 뒤 우리 전투기와 헬기가 따라붙은 걸 보고 ‘북에서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무인기는 서울 쪽으로 가다 방향을 틀었고, 오후 1시 15분경 북쪽으로 날아가다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김포=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