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에 아티스트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어요. 보통 영화는 멋진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이 있죠. 하지만 ‘아타바:물의 길’은 모든 장면이 최고입니다. 그만큼 정성을 들였어요.” (최종진 웨타FX CG 슈퍼바이저)
“제임스 캐머런과 일한 건 행운이었요. 이번 영화를 하면서 작업의 질을 타협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것을 목표로 일에만 집중했어요.” (황정록 웨타FX 시니어 아티스트)
영화 ‘아바타:물의 길’은 할리우드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 기술은 이렇게 요약된다. ‘자연스럽고 황홀하다.’ 이 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 등 온갖 특수시각효과로 범벅이 돼 있는데도 관객의 눈에 어떤 이물감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 같다는 느낌을 넘어서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영상 표현으로 영화적 체험을 하게 한다. 이 영화 예술은 최고의 기술력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말하자면, 때로 기술은 예술의 필요조건이다. 그래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비전을 구현해준 특수시각효과 스태프들 역시 아티스트로 불린다. 그들이 바로 ‘아바타:물의 길’의 중추적 역할을 한 회사 웨타FX(Weta FX)의 직원들이다.
‘아바타:물의 길’은 전작인 ‘아바타’(2009)가 나오고나서 13년 뒤에야 나왔다. 이렇게 오래 걸린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방대하면서도 난도가 높은 특수시각효과 문제였다. 황 시니어 아티스트가 맡은 캐릭터 얼굴 작업은 2019년부터 시작해 3년이 넘게 걸렸다. 최 슈퍼바이저가 담당한 CG 작업 역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3년 가까운 시간을 썼다.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특수시각효과 작업이 1년이 채 안 걸리는 생각하면 2~3배 더 공을 들여 작업한 셈이다. 게다가 최 슈퍼바이저와 황 시니어 아티스트를 포함해 이 일을 맡은 인원만 약 2000명이었다. 최 슈퍼바이저는 “예산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고 했다. 황 시니어 아티스트는 그렇게 만든 ‘아바타:물의 길’에 대해 “이 영화의 영상미는 실제보다 더 아름답다. 실제를 뛰어넘는 110%를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아바타:물의 길’ 제작비는 약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미국 현지에선 이 영화 제작비가 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아바타:물의 길’은 이처럼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쓴 작품이다. 이렇게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만큼 전작보다 뛰어난 영상미를 맛볼 수 있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생각이다. 최 슈퍼바이저는 전작과 속편의 기술력 차이를 숫자로 설명해줬다. ‘아바타’의 전체 데이터 양은 1페타바이트(PB)였는데, ‘아바타:물의 길’은 18.5PB였다는 것이다(1PB는 1000테라바이트). 그는 “‘아바타:물의 길’ 수중 장면의 99%가 CG”라며 “비용과 시간을 들여 타협하지 않고 작업한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고, 과거엔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황 시니어 아티스트는 “전작에선 표정 움직임을 직선 조합으로 만들어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선 곡선 조합도 가능해졌다. 더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아바타:물의 길’ 작업에 참여하는 걸 꿈꿔왔다고 했다. 최 슈퍼바이저는 13년 전 ‘아바타’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그는 당시 웨타FX와 VFX업계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ILM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감독이 설립했다. 당시 ILM 직원들은 루카스 감독의 별장에서 ‘아바타’를 봤는데, 영화가 끝난 뒤 그 기술력에 놀란 직원들이 모두 말을 잃었다고 했다. 최 슈퍼바이저는 “‘아바타’가 나오고 나서 운 좋게 웨타FX로 직장을 옮겼고, ‘아바타:물의 길’에도 참여하게 됐다”며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황 시니어 아티스트 역시 “캐머런 감독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이런 제작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를 존경한다”고 했다.
◇웨타FX는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