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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2 시각효과 2000명이 3년 공들인 결과죠”

입력 | 2022-12-27 05:53:00


“이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에 아티스트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어요. 보통 영화는 멋진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이 있죠. 하지만 ‘아타바:물의 길’은 모든 장면이 최고입니다. 그만큼 정성을 들였어요.” (최종진 웨타FX CG 슈퍼바이저)

“제임스 캐머런과 일한 건 행운이었요. 이번 영화를 하면서 작업의 질을 타협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것을 목표로 일에만 집중했어요.” (황정록 웨타FX 시니어 아티스트)

영화 ‘아바타:물의 길’은 할리우드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 기술은 이렇게 요약된다. ‘자연스럽고 황홀하다.’ 이 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 등 온갖 특수시각효과로 범벅이 돼 있는데도 관객의 눈에 어떤 이물감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 같다는 느낌을 넘어서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영상 표현으로 영화적 체험을 하게 한다. 이 영화 예술은 최고의 기술력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말하자면, 때로 기술은 예술의 필요조건이다. 그래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비전을 구현해준 특수시각효과 스태프들 역시 아티스트로 불린다. 그들이 바로 ‘아바타:물의 길’의 중추적 역할을 한 회사 웨타FX(Weta FX)의 직원들이다.

그들 중 한국인이 있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 최 슈퍼바이저는 ‘아바타:물의 길’ CG 전반을 책임지는 일을 맡았다. 황 시니어 아티스트는 주인공인 제이크·키리 등 가상 캐릭터의 얼굴을 실제 인간의 얼굴과 유사한 형태로 구현하는 일을 했다. 두 사람을 26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최 슈퍼바이저는 “‘아바타:물의 길’ 작업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주변 모든 사람이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황 시니어 아티스트는 “‘아바타’ 속 가상 캐릭터들의 표정 연기를 신경 써서 봐달라”며 “웨타FX에서 개발한 자체 시스템을 통해 연기자와 한 몸처럼 움직이며 미세한 표정까지 구현해냈다”고 말했다.

‘아바타:물의 길’은 전작인 ‘아바타’(2009)가 나오고나서 13년 뒤에야 나왔다. 이렇게 오래 걸린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방대하면서도 난도가 높은 특수시각효과 문제였다. 황 시니어 아티스트가 맡은 캐릭터 얼굴 작업은 2019년부터 시작해 3년이 넘게 걸렸다. 최 슈퍼바이저가 담당한 CG 작업 역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3년 가까운 시간을 썼다.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특수시각효과 작업이 1년이 채 안 걸리는 생각하면 2~3배 더 공을 들여 작업한 셈이다. 게다가 최 슈퍼바이저와 황 시니어 아티스트를 포함해 이 일을 맡은 인원만 약 2000명이었다. 최 슈퍼바이저는 “예산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고 했다. 황 시니어 아티스트는 그렇게 만든 ‘아바타:물의 길’에 대해 “이 영화의 영상미는 실제보다 더 아름답다. 실제를 뛰어넘는 110%를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아바타:물의 길’ 제작비는 약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미국 현지에선 이 영화 제작비가 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아바타:물의 길’은 이처럼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쓴 작품이다. 이렇게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만큼 전작보다 뛰어난 영상미를 맛볼 수 있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생각이다. 최 슈퍼바이저는 전작과 속편의 기술력 차이를 숫자로 설명해줬다. ‘아바타’의 전체 데이터 양은 1페타바이트(PB)였는데, ‘아바타:물의 길’은 18.5PB였다는 것이다(1PB는 1000테라바이트). 그는 “‘아바타:물의 길’ 수중 장면의 99%가 CG”라며 “비용과 시간을 들여 타협하지 않고 작업한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고, 과거엔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황 시니어 아티스트는 “전작에선 표정 움직임을 직선 조합으로 만들어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선 곡선 조합도 가능해졌다. 더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아바타:물의 길’ 작업에 참여하는 걸 꿈꿔왔다고 했다. 최 슈퍼바이저는 13년 전 ‘아바타’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그는 당시 웨타FX와 VFX업계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ILM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감독이 설립했다. 당시 ILM 직원들은 루카스 감독의 별장에서 ‘아바타’를 봤는데, 영화가 끝난 뒤 그 기술력에 놀란 직원들이 모두 말을 잃었다고 했다. 최 슈퍼바이저는 “‘아바타’가 나오고 나서 운 좋게 웨타FX로 직장을 옮겼고, ‘아바타:물의 길’에도 참여하게 됐다”며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황 시니어 아티스트 역시 “캐머런 감독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이런 제작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를 존경한다”고 했다.

◇웨타FX는

1993년 피터 잭슨 감독 등이 만든 특수시각효과 회사다. 뉴질랜드에 본사가 있으며, ‘아바타’ 시리즈와 함께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시각효과를 맡았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6차례나 시각효과상을 받을 정도로 해당 분야에서 최고로 평가받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