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에서 통합 스마트홈 대거 공개 삼성 스마트싱스, LG 씽큐, 구글 홈 경계 허물어 시장 성장 발목 잡던 ‘호환성’ 해결이 관건
다음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는 이전과 차원이 다른 혁신 스마트홈 생태계가 대거 등장한다. 그동안 브랜드마다 각기 따로 운영되던 가전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기기가 하나의 언어,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운영되는 장이 본격 펼쳐지는 것이다. 스마트홈 산업의 발목을 잡았던 ‘호환성’ 문제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업들은 스마트홈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할 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27일 정보기술(IT) 및 가전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내년 CES를 겨냥해 새롭게 선보일 스마트홈 기술들을 분주하게 준비 중이다. 키워드는 ‘통합’과 ‘연결성’이다. 구글의 ‘구글 홈’, 삼성 ‘스마트싱스’, LG ‘씽큐’ 등 각 사는 자사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필두로 브랜드 경계를 넘나드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각 기기에 맞는 앱을 일일이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구글 홈이나 삼성 스마트싱스 하나로 도어락, 전등, 세탁기, 오븐 등 모든 제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뒤늦게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 통합된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대표 단체가 글로벌 표준 연합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다. 구글, 아마존,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 세계 280여 기업이 참여한 단체다. CSA는 수 년 간의 공동 개발 끝에 올 10월 공용 언어인 매터(Matter) 1.0 버전을 발표했다. 어떤 기기든 매터 규격에 맞춰 제작하면 구글 홈이든 삼성 스마트싱스든 플랫폼에 상관 없이 컨트롤할 수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15개 가전회사들이 뭉친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도 있다. HCA는 올 9월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처음으로 서로 다른 브랜드 제품 간 연동을 시연한 데 이어 내년 초 본격적인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매터가 스마트 기기 밑단에서부터 단일한 명령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라면 HCA는 클라우드를 활용해 각 플랫폼끼리 연동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예컨대 HCA에서는 매터 규격에 맞춰 만든 제품이 아니더라도 삼성 제품이 LG 씽큐의 명령만 이해할 수 있다면 호환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업체들은 최근 경기 침체 및 길어진 교체 주기로 시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새 활로를 모색하는 데는 신규 브랜드 및 고급 사양의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 전략의 한 축이지만 다른 축으로는 스마트홈, 플랫폼이라는 소프트웨어(SW)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기고문을 통해 CES 2023 화두로 ‘맞춤형 경험으로 여는 초연결 시대’를 제안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는다는 분석이다. 한 부회장은 “이번 CES에서 새롭고 확장된 스마트싱스 경험을 선보일 것”이라며 “연결은 보다 쉬워지고 개개인 맞춤 경험을 인공지능(AI)으로 더욱 정교해지며 기기간 연결은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