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와 오피스텔 수십 채를 자기 돈 한 푼도 없이 전세를 끼고 사들인 20대 집주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40대 집주인이 주택 240여 채를 사들여 전세를 놓았다가 숨져 대부분의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사실도 공개되는 등 1000채 넘는 주택을 세놓았다가 최근 숨진 일명 ‘빌라왕’과 비슷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등에 빌라, 오피스텔 약 60채를 보유한 송모 씨(27)가 이달 12일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집에서 송 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송 씨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송 씨 사망으로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은 이날 세종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상황을 호소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전월세 계약을 맺고 한 달 뒤 집주인이 송 모 씨로 바뀐 것을 알았다. 이후 올해 10월 보일러 고장으로 수리를 요청하려 송 씨에게 연락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이후 이달 들어서야 송 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HUG는 상속자를 찾아야 한다는 답변만 반복해야 하는데 송씨 가족들은 모두 연락두절”이라고 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20~30대로 집주인이 사망한 전세사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짙다고 강조했다. 주택 240여 채를 매입해 전세를 놓았다가 지난해 7월 사망한 집주인 정모 씨(43) 사례도 이날 공개됐다. 정 씨는 사망 직전인 지난해 4~7월 집중적으로 전월세 계약을 맺었다. 대부분 대리인을 통한 계약이었다. 피해자들은 정 씨 사망 직후인 지난해 8월 정 씨가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전자서명한 점을 들어 정 씨가 ‘바지사장’으로 전세사기에 건축주와 브로커 등이 가담했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중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10명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이날 △악성임대인 보유 주택 공지 의무화 △피해자 전세자금 대출 연장 등 전세사기 피해 방지를 위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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