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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생·경제’ 뺀 정치인 무더기 사면, 공감 얻을 수 있겠나

입력 | 2022-12-28 00:00:00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인과 공직자, 선거사범 등 1373명에 대한 신년 특별사면을 28일자로 단행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 복권됐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잔여 형기를 면제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조윤선 전 정무수석,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이 복권됐다. 원세훈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 등 전직 국정원 간부들도 대거 포함됐다.

이번 사면은 윤 정부 출범 이후 광복절에 이어 두 번째다. 광복절 특사 때와는 달리 경제인은 사면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생계형 절도사범 등 8명이 특별 배려 사면 대상에 포함됐을 뿐 민생 사범 사면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 대신 선거 사범 1274명이 복권됐다. 1000명 넘는 선거 사범과 정치인을 한꺼번에 사면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때도 경제·민생 사범을 제외하진 않았다.

역대 정부에서 사면이 이뤄질 때마다 원칙과 기준, 형평성 등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그렇다 해도 민생·경제 사범이 중심이 됐고 여론을 의식하며 정치인 등에 대한 사면도 포함시키는 게 대체적인 관행이었다. 이번처럼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선거사범만 일거에 사면했던 적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금품 선거 사범 제외 등 최소한의 기준은 있었지만 개별 대상자를 엄격히 심사했다기보다는 총선 등을 앞두고 통 크게 베풀 듯 족쇄를 풀어주려 한 듯 보인다.

정부는 화해와 포용을 통한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치인 등을 대거 사면한다고 국민통합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야당은 김 전 지사가 복권되지 않은 것이나 여당 측 인사들이 훨씬 많은 점을 들어 “국론 분열 사면”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경제 상황은 더 암울할 것이라고 한다. 서민들의 삶도 사채를 쓰고 보험을 깨야만 할 정도로 팍팍한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례적인 정치인 중심 사면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