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기동훈련도 안 하면 엉망 되는데 첨단장비 갖고 5년간 훈련 않은 군대 문재인 잘못이지만 탓해봐야 소용없어, 대통령이 책임지고 대비태세 회복해야
송평인 논설위원
군대에서는 하계훈련과 동계훈련을 기본으로 한다. 혹서기와 혹한기에 대비한 훈련이다. 병사 1년 차 때는 고참을 따라다니며 배운다. 병사 2년 차 때는 신참을 데리고 다니며 가르친다. 이것이 한 사이클인데 이 사이클을 도는 데는 2년이 걸린다. 신병 교육을 받고 실제 군복무에 투입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26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육군을 기준으로 2002년까지는 의무 복무 기간이 26개월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24개월로 줄었다. 다시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21개월로 단축되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8개월, 즉 1년 6개월까지 내려왔다. 1년 6개월은 제대로 복무해도 한 사이클을 돌기에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 때 연대급 이상 기동 훈련이 중지되면서 그나마 그런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기동 훈련은 부대의 단위가 커질수록 의미가 있다. 대대급 기동 훈련 10번 하는 것보다는 연대급 기동 훈련 1번 하는 것이 낫고, 연대급 기동 훈련 10번 하는 것보다는 사단급 기동 훈련 1번 하는 것이 낫다.
그 훈련을 통해 보병들끼리 움직이는 기동 훈련도 쉽지 않은데 제병(諸兵)협동훈련이나 육해공 합동훈련, 나아가 한미 연합훈련은 그 조율이 얼마나 복잡하고 연습은 또 얼마나 필요할지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문 정부에서는 그런 훈련을 하지 않거나 지휘소 훈련(CPX)으로 대체했다. 훈련은 본래 CPX를 한 뒤 실제 병력이 참여하는 본훈련을 한다. 실제 해보면 CPX대로 되지 않는다. CPX만 한 것은 훈련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군이 그제 북한군 드론에 철저히 농락당했다. KA-1 경공격기 한 대는 드론 대응을 위해 이륙하다 땅에 처박혔다. 전투기나 헬기가 드론을 탐지했으면 즉시 실사격을 해야 하는데 사람도 아닌 기계를 놓고 경고사격을 하고 경고방송을 했다. 사격 능력은 100여 발을 쏘고도 한 발도 맞히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드론 4대가 다른 1대를 위해 스스로의 위치를 노출하면서 교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도 빨리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정보 분석이 늦었다. 드론이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다. 사린 가스라도 뿌렸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아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군 드론이 5시간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니는 동안 보고만 받았을 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았다. 비상사태에 대한 감이 떨어진다. 군을 질책할 법도 한데 이번에는 5시간 동안 뻔히 보면서 뭘 했느냐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엉뚱하게 드론 부대 창설을 앞당기겠다고 했다. 드론을 탐지하고 격추할 레이더와 대공포가 아니라 드론 부대 창설을 언급했다. 엉뚱함의 정도가 전날 북한군 드론 침공에 대한 대응에는 실패해 놓고 우리 군도 바로 드론을 북한 영공에 침투시켰다고 발표한 합참과 비슷하다.
군대를 오합지졸로 만든 장본인은 문 전 대통령이지만 그 탓을 해봐야 지금 소용이 없다. 윤 대통령은 문 정부에서 북한 드론에 대한 대응 훈련이 전무했다고 비판했다. 그럼 그는 취임 이후 군에 대응 훈련을 시켰는데도 이 모양이란 말인가. 이제는 모든 책임을 윤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