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래전략실 폐지후 처음 26일 밤 늦게까지 대응책 머리맞대 미래 먹거리-계열사별 전략도 논의 이재용 회장은 참석 안해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동아일보DB
반도체 실적 추락 등으로 경영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삼성 전 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26일 긴급회의를 열었다. 삼성의 전체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여 경영 현안을 공유한 것은 2017년 2월 미래전략실 폐지 이후 처음이다.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한 삼성전자의 위기 상황을 전 계열사에 공유하고 그에 따른 그룹 차원의 대비책 마련이 주로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저녁식사까지 포함해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2016년 말까지 매주 수요일 그룹 전체 경영 전략을 가다듬었던 ‘수요 사장단 회의’가 6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전 계열사에 비상경영 상황 공유
회의 참석자인 A 씨는 “삼성전자가 비상경영에 사실상 돌입한 만큼 나머지 계열사도 이를 공유하고 함께 상황을 극복해 나가려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10∼12월)와 내년 실적 전망치는 우울하다. 글로벌 수요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얼어붙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다. 스마트폰과 가전 판매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7조3390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진 수치다. 내년 1분기(1∼3월)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있다.
○ 미래 성장동력 발굴도 주요 의제
이번 사장단 회의는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에 대한 준비도 언급됐다. 회의에 참석한 B 씨는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렵고 장기적으로 기술과 인재를 확보해야 하는 점도 과제인 만큼 미래 먹거리를 어떤 기술을 통해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비상경영 상황에서 삼성의 전 계열사가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계열사별 전략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미래 기후변화에 발맞춘 에너지 산업 변화와 관련한 전문가 강연도 이어졌다. 이어 단기적인 기업 활력 제고 방안은 물론이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 에너지 문제, 인구 등 폭넓은 주제와 관련해 토론도 이뤄졌다.
C 씨는 회의에서 논의된 주제와 관련해 “미래 기술은 단기간의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을 뜻하는 게 아니다”라며 “먼 미래의 경영 상황까지 함께 고려해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논의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 전체 사장단 회의는 6년 만
9월 26일에는 전자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 사장단 40여 명이 모여 외부 강연을 듣고 최근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 회장은 회의 직후 오찬에 참석하며 사장단과 경영 관련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 회장 취임 후 두 달 만에 열린 사장단 회의가 앞으로 지속될지에 대해서도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D 씨는 “앞으로도 주 1회까진 아니더라도 비정기적으로 전체 사장단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