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17년째 3058명 동결 “소아과 등 필수의료 붕괴위기” 의료계는 반발… 진통 불가피 전망
교육부가 2024학년도 대학 정원 확정을 앞두고 보건복지부에 의대 정원 확대를 요청했다. 교육부가 복지부에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은 2006년 의대 정원이 동결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 “의료 접근성 높이기 위해 필요”
27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달 초 복지부에 ‘의료인력 양성 과정의 학생 정원 증원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는 공문을 통해 “첨단 바이오산업 등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국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제고와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 등을 위해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필요성을 검토 중”이라며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복지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내년 1월까지 2024학년도 의대 정원 계획을 수립해 교육부에 보내야 한다. 의료인 양성과 관련된 대학 정원은 교육부가 복지부와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는 내년 4월까지 2024학년도 의대별 정원을 발표한다. 국내 의대 정원은 17년째 3058명을 유지하고 있다.
○ 필수의료 구멍…내년 확대는 어려울 듯
의대 정원 확대는 복지부의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저출산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은 이달 초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과 입원 진료를 중단했다. 서울 소재 이대목동병원과 한양대병원 등의 소아청소년과 일부 기능도 마비된 상태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가 내년(2024학년도)부터 시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7차 유행이 안정화된 이후에 의료계와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가 전공의 파업 등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코로나19 사태 안정화 이후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의사단체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논의가 재개되더라도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대 정원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면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임상실습 등 의대생 교육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원만 늘어나면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 의사들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의사단체의 의대 정원 확대 반대는 철밥통 지키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