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기업 경기전망 BSI 조사 1분기 74로 전년 동기 대비 15p 하락 코로나 유행하던 2년 전 75보다도 낮아
뉴시스
기업 체감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던 2년 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6개월 동안 계속해서 부정 전망을 내놓으며 뚜렷한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254개 제조업체 대상으로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 1분기(1~3월) 전망치가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7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 4분기(10~12월) 대비로는 7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1분기의 75보다 낮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업종별 BSI는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비금속광물과 정유·석유화학이 각각 60, 64를 기록하며 특히 부진했다. 반도체 포함 정보기술(IT)·가전이 68, 철강 68, 기계 77 등 수출 주력품목도 전망이 나빴다. 내수 중심의 출판·인쇄, 가구, 식음료도 각각 52, 67, 71로 부진했다.
기업들은 당장 올해 경영실적에 대한 우려도 컸다. 연초에 수립한 매출·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응답이 쏟아졌다.
기업 40.3%가 매출 목표치 대비 10% 이내인 ‘소폭 미달’할 것이라고 봤고 17.9%는 ‘크게 미달’할 것이라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8.2%가 부정적으로 전망한 것이다.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각종 비용 부담 탓에 영업이익 전망은 더 안 좋았다. 응답 기업의 3분의 2인 66.4%가 연초 목표했던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소폭 미달이 42.8%, 크게 미달이 23.6%였다.
하반기(7~12월)부터 기업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 내년 혹한기 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내년 출장자 비율을 올해 대비 절반으로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컨설팅, 시장조사는 되도록 줄이고 프린트 용지 등 사무용품은 50%로 절감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실제 1월 예정된 가전·IT 전시회 CES도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인원 상당수가 불참으로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도 21일 사내 공지를 통해 임원 및 팀장 예산을 각각 50%, 30% 줄이기로 했다. 감축 예산은 복리후생비, 활동비, 업무추진비로 자기계발 지원이나 차량 지원비 등이 포함된다.
대한상의는 “새해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이고 자칫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우려도 있다“며 “획기적인 세제·금융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투자를 진작하고 수출금융을 확대하는 등 정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