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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 살 때마다 자동기부…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착한 비타민’

입력 | 2022-12-29 03:00:00

[행복 나눔]김바울 ‘비타민엔젤스’ 대표
국제단체 ‘예방구호’ 활동서 감명… 판매 수만큼 취약층에 영양제 전달
2013년부터 71만3000여 개 달해… 영국-덴마크 등 고품질 원료 고집
온라인 유통으로 가격은 저렴하게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본사에서 김바울 비타민엔젤스 대표가 자사 영양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비타민엔젤스는 판매 개수만큼의 영양제를 사회취약계층에 기부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007년 9월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국제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케냐 땅을 밟은 염창환 박사는 한 구호단체가 현지인에게 부족한 영양을 채워줄 비타민을 나눠 주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구호라고 하면 음식이나 생필품을 나눠 주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프지 않게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염 박사는 한국으로 돌아와 경기 파주시 사회복지시설 등에 영양제를 기부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3년에는 비타민엔젤스를 설립했다. 2018년부터 염 박사는 기술 자문을 맡고, 설립 멤버였던 김바울 대표가 비타민엔젤스를 이끌고 있다.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 영양제 하나 사면 하나 기부
비타민엔젤스는 기업 목적이 기부다. 소비자가 제품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를 기부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판매 개수만큼 사회취약계층에 영양제를 기부한다. 현재 비타민엔젤스는 열매나눔재단, 글로벌쉐어 등 비영리기구(NGO)와 경기 수원시 광교종합사회복지관, 수원나눔의집 등 사회복지기관에 영양제를 지원하고 있다.

비타민엔젤스는 2016년에는 기업들의 사회공헌 네트워크인 행복얼라이언스 회원사로 가입했다. 행복얼라이언스에서 결식우려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기초 생필품 패키지 프로젝트’, ‘행복상자 캠페인’ 등에 영양제를 기부해 왔다.

비타민엔젤스는 정상적으로 판매하는 영양제만 기부한다. 유통기한이 6개월 이하로 남은 제품을 지원하는, 이른바 ‘재고 처리’ 기부를 하지 않는다. 기부처의 특성에 따라 기부하는 영양제도 다르다. 노숙인 관련 기관에는 종합비타민, 노인복지기관에는 칼슘, 아동복지기관에는 비타민C를 주로 기부한다. 비타민엔젤스가 2013년부터 지난달까지 기부한 누적 영양제는 총 71만3795개로 판매가액 기준 84억 원에 달한다.

비타민엔젤스가 기부처를 정하는 기준은 △중복 수혜를 받지 않는 곳 △장기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곳 △기부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곳 등 세 가지다. 김 대표는 “중복 수혜를 받는 곳을 피해 더 많은 사회취약계층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며 “영양제는 일정 기간 이상 먹어야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장기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기관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부영수증은 비타민엔젤스의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기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판매량과 같은 수량의 영양제를 기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영양제를 받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기부를 멈출 수 없었다. 김 대표는 “비타민을 받은 어르신이 비타민을 먹은 뒤 감기에 걸리는 일이 줄었다면서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며 “이런 소식을 들으면 작은 영양제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 기부만큼 품질도 자신
비타민엔젤스는 제품 품질에도 기부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부하는 제품임을 광고해 소비자 감성에 호소하지 않고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기부하는 제품이라고 하면 저렴한 재료를 쓰는 등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무조건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원재료 원산지를 공개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비타민C 제품은 영국산 원재료를 사용한다. 비타민C 원재료는 전 세계에서 영국과 중국에서만 생산된다. 김 대표는 “중국산은 영국산의 3분의 1 가격이지만 생산 공장의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조금 비싸더라도 영국산 원재료를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테인, 오메가3, 칼슘 등도 미국, 캐나다, 덴마크 등에서 생산된 원재료를 쓰고 있다.

비타민엔젤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영양제를 선보이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한다. 2013년 설립 이후 대표 제품인 ‘나눔비타민 어른용’의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약국 등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면 중간 수수료가 생기는데, 이 수수료 비용을 아꼈기 때문이다.

비타민엔젤스는 앞으로도 영양제 기부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현재는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기부를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단을 설립해 직접 영양제를 지원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취약계층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영양제를 지원해주는 게 꿈”이라며 “건강이나 체력에 문제가 생겨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아동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