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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보복 “러 원유 가격상한제 동참국엔 석유 안 판다”

입력 | 2022-12-29 03:00:00

G7 등 서방 27개국 제재에 맞대응
대통령령 서명… 내년 2월부터 적용
韓, 러 석유 비중 줄여 타격 적을듯
러 내부 “내년 재정적자 커질수도”



푸틴,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 2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비공식 정상회의 도중 최근 러시아 최대 우방국으로 떠오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뉴시스


러시아가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등 서방이 주도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맞서 이 제도를 도입한 국가에 석유 및 석유 제품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석유 감산을 예고한 데 이어 금수조치까지 실행에 옮기며 국제 원유시장을 교란하려 시도하고 있다.
○ 러, 서방의 유가상한제에 금수조치로 맞불
로이터통신 등은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국가나 기업에 대해 석유 및 석유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령은 내년 2월 1일부터 7월 1일까지 5개월간 적용되며 대통령의 특별 허가가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수출을 허용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EU와 G7, 호주 등 27개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조치로 5일부터 시행 중인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에 대한 대응이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동결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해운사는 미국이나 유럽 보험사를 이용할 수 없게 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는 23일 내년 초 러시아산 원유 생산을 최대 7%까지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금수 조치에도 국제 유가는 일단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센트(0.04%) 떨어진 79.53달러로 마감됐다. 러시아산 우랄유 가격도 배럴당 56달러로 서방이 정한 상한선인 60달러를 밑돌았다.

한국 정부는 유가상한제 동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우리 정유업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을 줄여 왔다. 올해 초 약 5%였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현재 0.96%까지 줄었다. 우리나라의 주요 원유 수입국은 사우디아라비아(34.8%), 미국(16.3%), 아랍에미리트(9.0%), 이라크(8.6%) 순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한국에 원유 수출을 중단해도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러 내부 “재정적자 예상보다 커질 수도”
러시아 내부에선 유가상한제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며 태연해하고 있지만 서방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것.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일부 국가가 러시아 대신 새로운 원유 수입국을 찾아 나설 경우 에너지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내년 재정적자 규모가 애초 계획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2%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여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마이클 클라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전 소장 겸 엑서터대 전략연구소 부소장은 BBC에 러시아군이 새로 징집한 병력 5만 명을 포함한 30만 명이 전선에 배치될 경우 전쟁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영국 킹스칼리지 전쟁학과 바버라 진체타 교수는 “당장 평화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전쟁이 끝나게 된다면 러시아 내부의 정치적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 육군 총사령관은 내년 말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까지 되찾는 큰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정치평론가 안드레이 피온트콥스키도 BBC에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가 늦어도 내년 봄까지는 완전히 영토를 수복해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