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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총 사업자 빼라” 압박한 민노총 건설노조에 첫 1억 과징금

입력 | 2022-12-29 03:00:00

공정위 “특고 노조도 사업자단체
공정거래법에 따라 제재 가능”
다른 건설노조 지부들 심의 앞둬
‘화물연대 운송방해’도 제재할 듯



이태휘 공정거래위원회 부산지방사무소장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경쟁사업자단체 소속 사업자를 건설현장에서 배제할 것을 건설사에 요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레미콘 운송 중단, 건설기계 운행 중단 등의 압력을 행사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발표하고 있다. 2022.12.28 뉴스1


2020년 5월 부산 서구 송도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간부들이 현대건설 현장사무소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업자들을 현장에서 배제하고 레미콘 운송 등의 일감을 자신들에게 넘길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다음 달에 일부 레미콘과 지게차를 현장에서 철수해 공사에 차질을 빚었다. 결국 현대건설은 그해 7월 이들의 요구대로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산 송도 현대힐스테이트와 서대신 한진해모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사를 압박해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를 현장에서 배제한 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 대해 과징금 1억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형태의 노조 지부를 사업자단체로 규정해 과징금 이상의 제재를 내린 건 처음이다. 앞서 공정위는 노조 지부의 하위 조직인 지회에 대해서만 심사관 전결로 경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제재가 공정위의 화물연대 파업 관련 조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부산건설기계지부는 2020년 6월 한진중공업의 부산 서대신 한진해모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들의 현장 배제를 요구하며 열흘간 레미콘 운행을 중단했다. 공사 지체에 따른 추가 피해를 우려한 건설사는 그해 9월부터 부산건설기계지부 소속 사업자와만 계약을 맺었다. 부산건설기계지부 소속 레미콘 차량 등의 보유 대수가 워낙 많다 보니 건설사들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부산지역 등록 건설기계의 29.5%, 부산·김해·양산·진해 레미콘 차량의 97.6%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공정위 제재에서는 특고로 구성된 부산건설기계지부를 사업자단체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공정위는 부산건설기계지부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로 임대료를 받기 때문에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고이지만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있는 사업자단체라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부산건설기계지부 구성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인정된 특고이지만 사업자로서의 지위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노조 여부와는 별개로 2인 이상의 건설기계 대여사업자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이므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설노조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부산건설기계지부 조합원들은 특고 노동자이므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이 건설기계를 대여할 때 직접 운전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화물연대 파업 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고로 구성된 화물연대 역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 규율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어서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파업 과정에서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 거부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부산건설기계지부처럼 화물연대도 사업자단체로 간주돼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위는 건설노조 지부의 다른 위법행위에 대한 신고에 대해서도 현재 조사 중이거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세종=서영빈 기자 suhcrat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