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4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한 장면. 영화는 정대만, 서태웅, 송태섭, 채치수, 강백호(왼쪽부터) 등 북산고 농구부 5인이 전국 최강의 농구부 산왕공고 5인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NEW 제공
베이스 기타 소리와 함께 빠른 비트의 록 음악이 흘러나오고, 주인공 5인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만화가가 연필로 직접 스케치하는 방식의 연출로 먼저 스크린 한 편에 송태섭이 그려진다. 정대만 채치수 서태웅 강백호도 차례로 완성된다. 완전체가 된 이들 5인은 가로로 나란히 선 채 약간은 거만한 표정으로 당당히 걸어 나온다. 어떤 강팀도 무너뜨릴 듯한 자신감으로 가득한 이들은 전설이 된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북산고 농구부 5인이다.
내년 1월 4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오프닝 영상만으로도 원작 만화 ‘슬램덩크’의 오랜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슬램덩크’는 1992년 한국에서도 연재가 시작됐고, 이후 31권짜리 단행본이 발간되면서 두꺼운 팬덤을 만든 작품. 이 만화를 보며 자란 세대들에게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오프닝 장면은 추억 속 친구들과 20여 년 만에 재회한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만화책 속 캐릭터들이 스크린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울컥하게 만든다.
상영시간이 125분으로 제한돼있는 만큼 영화는 북산고 5인과 전국 최강 농구부 산왕공고 5인이 맞붙는 전국 고교 농구 선수권 대회의 한 경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후반전 20여 점 차로 뒤지던 북산고 5인이 산왕공고를 따라잡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기가 그려진다.
영화 속 농구 장면은 실사가 아님에도 실제 농구 경기처럼 생생하다. 농구 코트와 농구화가 맞닿을 때 나는 특유의 소리와 선수 한 명 한 명의 섬세한 감정을 담아낸 표정, 땀방울까지. 영화 속 농구 코트는 실제보다 더 생동감 넘친다. 북산고 농구부 주장 채치수의 이른바 ‘고릴라 덩크’, ‘불꽃 남자’ 정대만의 3점 클린 슛,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인 자칭 천재 강백호의 종잡을 수 없는 활약 등 만화 속 포인트들을 그대로 되살린 장면들이 많다. “왼손은 거들 뿐” “전국 제패” “포기를 모르는 남자‘ 등 만화 속 명대사가 나오는 장면에선 199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원작과의 또 다른 차이점은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니라 가드 송태섭이라는 것. 영화는 북산과와 산왕공고의 대결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시에 송태섭의 가족사 등 원작에 없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새로 추가해 감동을 주는 방식으로 완급 조절을 시도한다. 다만 상영시간이 짧아 5인이 어떤 관계인지 생략된 부분이 많은 만큼 원작의 내용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영화에 몰입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 이달 3일 먼저 개봉한 이후 ‘아바타: 물의 길’을 누르고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슬램덩크’의 식지 않은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국내에도 30대 이상 원작 팬들이 많은 만큼 이 영화가 ‘아바타: 물의 길’의 기세를 누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30, 40대 관객을 대거 극장으로 모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