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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아빠 되는데… 폭설에 스러진 美 20대 난민 [사람, 세계]

입력 | 2022-12-30 03:00:00

아내 만류에도 음식 사러 나가
70cm 폭설속 숨진채 발견




45년 만에 최악의 눈 폭풍이 몰아치던 24일 미국 뉴욕주 버펄로시에 살던 콩고민주공화국 난민 압둘 샤리프 씨(26·사진)는 부인의 만류에도 마트에 가려고 자동차 키를 손에 쥐었다. 다음 주 출산을 앞둔 부인과 어린 조카를 위한 우유 등 음식물을 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집 밖에는 전날 오전부터 37시간 넘게 내린 눈이 70cm가량 쌓였다. 버펄로시는 “밖에 나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금방 돌아오겠다”던 샤리프 씨 사망 소식은 25일 심야에 버펄로의 한 병원에서 전해졌다. 너무 오래 귀가하지 않는 샤리프 씨를 찾던 가족들이 눈에 파묻힌 그의 차량을 발견한 뒤 12시간 넘게 폭설을 뚫고 식료품점, 병원, 심지어 경찰 구치소까지 훑은 뒤였다. 함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탈출한 사촌 앨리 씨는 “(사망 소식이) 정말인지 믿을 수 없어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가 떠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황망해했다.

콩고민주공화국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샤리프 씨는 앨리 씨와 어린 시절 난민 캠프에서 10년간 살다가 2017년 겨울 우여곡절 끝에 버펄로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처음 보는 겨울 코트를 입고 서로를 보며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샤리프 씨는 같은 나라 출신 부인 글로리아 마와조 씨도 버펄로에서 만났다. 주변에 도움 베풀기를 즐겼던 샤리프 씨는 구급신고 전화번호인 ‘911’로 통했다고 한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은 워싱턴포스트(WP)에 28일 소개됐다. WP는 크리스마스 연휴 미국을 강타한 혹한과 눈 폭풍으로 인한 사망자 30여 명 중 난민이 2명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이 영어 경고 방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부인 마와조 씨는 WP에 말했다. “언젠간 아기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설명할 날이 올 거예요. 이곳(미국)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어 아버지가 진정으로 행복해했다고 말해주겠습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