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보조금 유용 천태만상 부당 수령 발각된 대표들 수감 숙박비 지원금으로 태블릿 구매도 “내년 부처별 전면 자체감사 실시”
‘없는 직원 만들어내고, 유령 학생 등록하고, 서류 위조하고….’
비영리 민간단체가 전국 곳곳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빼돌려 온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문제가 된 단체들은 다양한 수법으로 지원금 수천만∼수억 원을 빼돌렸고, 일부 단체는 보조금 부당 수령으로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정부는 소송 등을 통해 보조금 환수를 진행하고 있다.
○ 교실엔 없는 학생 수업비 보조금 빼돌려
대통령실 발표와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보조금 지급이 대부분 서류상 증명으로 끝나는 점을 노리고 참여 인원을 부풀려 인건비나 지원비를 빼돌린 단체가 적지 않았다.○ 서류 위조 들통나 수감되기도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보조금을 타냈다가 대표가 수감된 단체도 여럿이다.정부 보조금으로 청소년모바일 상담사업을 해온 ‘동서남북모바일커뮤니티’ 역시 근무하지 않은 상담원을 등록하는 수법으로 인건비를 부풀려 보조금을 받아냈다. 또 실제 한 적이 없는 청소년 상담 전산 시스템 유지보수 용역비 명목으로도 보조금을 받아냈다. 정부는 단체에 지급된 보조금 48억 원 중 8억9000만 원을 환수했고, 이 단체 대표는 올 6월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 국고보조금으로 개인 태블릿PC 구입
보조금을 이중으로 받거나 지원 목적과 다르게 쓴 단체도 적지 않다.강원 강릉 청소년교향악단은 2019년 음악회 보조금을 시와 교육청으로부터 이중으로 받았다가 적발됐다. 강릉시는 보조금 약 1200만 원을 환수했다. 대한럭비협회는 2017년 지원받은 대회 숙박비로 태블릿PC를 구매했다가 적발됐다. 숙박비를 선결제했다가 나중에 취소하고 돌려받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운암김정숙선생기념사업회는 현충원 탐방 프로그램 운영 명목으로 2500만 원의 국비 보조금을 받은 후 이 돈으로 ‘친일파 파묘 퍼포먼스’를 했다가 보조금이 전액 회수됐다. 대통령실은 “내년 상반기까지 부처별 보조금 집행 현황에 대한 전면 자체감사를 실시하고, 부실한 관리체계를 개선해 예산 효율화와 투명성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