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방음터널 화재] 과천 제2경인고속도 터널서 화재… 5명 숨지고 37명 부상 터널 벽-천장, 불 잘 붙는 가연성 소재 사용해 피해 커져
화염이 삼킨 터널… 트럭서 난 불 번져 차량 45대 불타 29일 오후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나들목(IC) 인근 방음터널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49분경 트럭에서 발생한 화재가 방음터널에 옮겨붙으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날 화재로 5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당했다. 차량 45대도 소실됐다. 독자 송유환 씨 제공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을 달리던 트럭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을 입었다.
29일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9분경 안양에서 성남 방향 북의왕 나들목(IC) 인근 갈현고가교 ‘방음터널’(830m)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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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화재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수색 및 구조된 분들에 대한 의료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방음벽 소재, 강화유리보다 싸지만 불에 약해… 불똥비 쏟아졌다
폐기물 수집車서 난 불, 벽타고 번져
2020년 수원 터널 화재도 같은 재질
휘발성 물질이 유독가스 내뿜어
美 등은 불연소재… 韓, 규정 없어
형체만 남고 다 타버린 터널 안 차량들 29일 오후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나들목(IC) 인근 방음터널 화재로 전소된 차량들. 방음터널 내부는 폭격을 맞은 듯 골격만 간신히 남아 있다. 터널 내부에서 시작된 불길이 가연성이 높은 플라스틱 소재 방음벽과 터널 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피해를 키웠다. 독자 제공
○ “순식간에 불길 확산”
터널에서 간신히 탈출했다는 심모 씨는 “터널에 막 접어드는데 폭발 소리가 나면서 차가 정체되기 시작했고 연기가 터널 밖으로 밀려나왔다”며 “후진을 해서 겨우 나왔는데 못 나온 사람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폐기물 수집 집게 트럭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트럭 운전사 이모 씨(63)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처음에는 불이 붙었다는 걸 몰랐다. 엔진에서 불이 나 차량이 자동으로 멈춰 서자 하차 후 차량에 있는 소화기 2개로 진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불이 꺼지지 않아 119에 신고했다”고 했다.
○ 저렴한 가연성 소재가 불길 키워
제2경인고속도로 경기 과천 갈현고가교에서 버스.화물 추돌사고로 인한 화재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을 진화하며 사상자를 찾고 있다. 과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방음터널에는 강화유리가 많이 사용되지만 PMMA가 더 가볍고 설치가 쉬워 최근 방음벽 재료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가격도 강화유리보다 저렴한 편이라 공사비를 아끼려는 시공업체에서 많이 찾는다. 문제는 휘발성 유기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불이 붙은 PMMA는 유독가스를 다량 내뿜어 질식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PMMA 소재 방음터널 화재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0년 8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하동 광교신도시에서 해오라기터널로 이어지는 하동 나들목 고가차로에서 승용차에서 발생한 화재가 벽면을 타고 불이 옮겨붙어 PMMA 소재 방음터널 200여 m가 뼈대만 남고 다 탔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방음터널에는 불연 소재를 사용하는데 한국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 방음시설 안전기준도 미비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과천=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과천=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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