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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터널 화재’ 발화 트럭운전자 “갑자기 ‘펑’하더니 엔진에 불길”

입력 | 2022-12-30 12:00:00

형체만 남고 다 타버린 터널 안 차량들 29일 오후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나들목(IC) 인근 방음터널 화재로 전소된 차량들. 방음터널 내부는 폭격을 맞은 듯 골격만 간신히 남아 있다. 터널 내부에서 시작된 불길이 가연성이 높은 플라스틱 소재 방음벽과 터널 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피해를 키웠다. 독자 제공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의 최초 발화 트럭 운전기사가 경찰에 입건됐다.

30일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최초 화재 발생 차량인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 운전자 A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A 씨의 신병을 확보해 한차례 조사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 중 갑자기 에어가 터지는 ‘펑’ 하는 소리가 난 뒤 화재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차량 조수석 밑쪽(차량 하부)에서 불이 나 차량을 하위 차로(3차로)에 정차하고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불길이 잡히지 않아 대피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화재 현장에서 만난 동아일보 기자에게도 “달리는데 갑자기 차 엔진에 불이 붙었다. 처음에는 불이 붙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며 “엔진에서 불이 나 차량이 자동으로 멈춰서자 하차 후 차량에 있는 소화기 2개로 진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불이 꺼지지 않아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비닐이 날려서 엔진 쪽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며 “불이 나는 차량을 보고 주변 차들이 급정거하면서 추돌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독자 제공

전날 오후 1시 49분경 안양에서 성남 방향 북의왕 나들목(IC) 인근 갈현고가교 방음터널(830m)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A 씨의 트럭은 터널 시작 지점에서 약 280m를 달린 후 불이 나 정차했다.

불은 트럭 뒤에 실려 있던 폐기물로 옮겨붙었고 아크릴의 일종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소재 방음벽과 터널 천장까지 빠르게 확산했다.

불이 급속도로 옮겨붙은 탓에 미처 터널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5명이 사망했다. 부상자 37명 중 3명은 얼굴에 화상을 입는 등 중상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2분경 화재를 진압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화재 현장에서 발화 트럭에 대한 화재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감식에 착수했다. 경찰은 집게 트럭 발화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는 동시에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하게 된 경위, 방음터널 입구에 있는 ‘터널진입 차단시설’ 작동 여부 등 전반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