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소재 방음벽이 화재시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이와 비슷한 방음터널이 전국에 50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49분께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발생한 화재로 5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화재는 폐기물 집게트럭에서 시작된 차량화재가 방음터널 내 방음벽으로 옮겨 붙으면서 터널 전체가 소실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주로 폴리카보네이트(PC)와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등이 쓰이는데 두 종류 모두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열을 가열했을 때 녹는 성질을 가지면서 이번 화재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8월 완공된 방음터널은 폴리메타크릴산 메틸 재질로 설계하도록 해 이번 화재와 같은 방음터널을 갖춘 도로는 총 49개소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철도까지 더하면 전국의 방음터널의 수는 50여곳으로 늘어난다.
국토부는 수도권 제1순환선 등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 15개소와 일반국도 9개소, 민자고속도로 25개소에 방음터널이 설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방음터널의 성능 및 설치기준은 환경부 고시를 준용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어떤 재질이 사용해야 되는지 등의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국토부는 올해 7월부터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5개월째 대책을 내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현재 파악한 방음터널과 관련 취약시설과 방음벽에 사용된 재질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이번)화재 확산의 원인은 터널형 방음시설(방음터널) 투명방음판으로 사용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은 화재 등 안전성 고려 없이 환경부 고시에서 요구하는 내후성, 표면강도, 투명, 열변형 온도기준만 충족하는 수준이다”라며 “투명방음판 재질 및 성능을 화재 안전성(불연성)을 고려해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