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전국에서 서울로 올라온 온갖 수산물이 가득한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바다드림의 김영선 대표(이하 김 대표)를 처음 만났습니다. 아시는 독자도 있겠지만, 노량진수산시장의 아침은 다른 어느 곳보다 빠릅니다. 캄캄한 밤인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경매가 열리죠. 경매인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어, 활어, 갑각류 등이 제 자리를 찾아 갑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수산물을 적절한 가격에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가 오고가는 자리죠.
바다드림 김 대표는 여기에 매료되었습니다. 좋은 수산물, 좋은 횟감에 말이죠. 그는 “회는 큰 게 맛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할 수 있다면 1kg 광어 보다 3kg 광어로 회를 먹어 보라고 권합니다. 하지만, 1~2명이 큰 횟감을 모두 먹기엔 부담스럽죠. 그래서 시작한 것이 수산물 O2O 서비스 ‘회이팅’입니다. 크고 좋은 횟감을 많은 사람에게 소분해 보내는 서비스죠.
그렇게 좋은 수산물, 좋은 횟감을 찾던 김 대표는 올해초 제주도로 내려갔습니다. ‘산지(産地)’로 직접 찾아가겠다고 말이죠. 아는 사람만 즐긴다는 제철 자연산 대방어를 찾아 제주도 모슬포로 들어갔습니다.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배를 탔고, 무거운 대방어를 옮기며 산지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제주도에서 나오는 좋은 수산물을 고객에게 직접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초 제주도에서 만났던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 출처: IT동아
그리고 이제 차가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곧 2022년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요즘, 제주도에서 고군분투 중인 김 대표를 다시 만났습니다. 김 대표는 여전히 배 위에서 바다와 씨름하고 있었는데요. 서울시민에서 제주도민으로 변화하고 있는 김 대표와 나눈 대화를 기사로 전합니다.
제주도 자연산 대방어에 뿔소라를 추가했습니다
IT동아: 오랜만이다. 올해초 만난 뒤 10개월 정도 지난 것 같다. 왜 자꾸 추울 때만 찾아오라고 하는지 야속할 지경이다(웃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김 대표님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 제주도로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 대표: 올해 2월 마지막날인 28일 제주도에 들어왔다. 제주도 산지의 수산물을 회이팅을 통해 고객에게 보내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산지와 식탁은 연결하겠다’는 바람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제주도에 막 왔을 때는 제철 대방어의 끝물이라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는데, 12월초부터 제대로 된 대방어를 보내 드리고 있다(웃음).
오전에 고객에게 보내야 할 주문을 체크하고 있는 모습, 출처: IT동아
바다드림을 설립한 지 어느새 5년차다. 회이팅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수산물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 회이팅 서비스를 시작한 뒤부터 산지의 수산물을 직접 고객에게 보내고 싶은 욕심은 계속 커진 것 같다. 2019년 5월 전라남도 완도 전복을 소개했고, 2019년 10월에는 경상남도 통영의 건멸치를 소개했다. 2019년 12월 경상남도 포항의 과메기를, 2020년 봄 전라북도 부안의 여러 젓갈을, 2021년 가을 경상남도 사천의 전어 등도 있었다. 다양한 제철 수산물 프로모션을 진행한 이유는 산지와의 연결이었다.
여전히 배를 타고 제주도 바다로 나가고 있는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 출처: IT동아
IT동아: 노량진수산시장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수산물 아닌가. 왜 이렇게 전국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인지 궁금하다.
김 대표: 고객이 원한다(웃음). 산지에서 직접 나오는, 제철 수산물을 원한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누구보다 빨리 좋은 수산물을 확보하기 위해 새벽 경매에 참여하고 있지만, 산지만큼 빠를 수는 없지 않나. 현지에서 어민들과 얘기하고, 열심히 설득하는 이유다. ‘크고 맛있는 회’의 대표주자인 대방어를 찾아 제주도에 내려왔고, 이제 제대로 된 제철 대방어를 소개하고 있다.
올해초 처음 제주도로 내려올 때는 걱정도 많았다. 그렇게 10개월 정도 이곳 어민과 많이 만나며 교감을 쌓았다. 음… 이렇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 여기 제주도에 바다드림 지사를 만들었다고(웃음).
IT동아: 그런데, 오늘 같이 소개해 준 것은 방어가 아니었다. 이곳 현지 해녀 삼촌(제주도에서는 윗 어른을 남녀 구분 없이 ‘삼촌’이라고 부른다)과 동행하며 뿔소라를 열심히 옮기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해녀 삼촌들이 딴 뿔소라를 배 위에서 함께 작업하고 있는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 출처: IT동아
김 대표: 하하. 대방어와 함께 최근 제주도 뿔소라도 여기 제주도에서 보내고 있다. 지난 7월, 다양한 상품 개발과 산지 수산물을 찾기 위해 해양수산부 한국어촌어항공단에서 운영하는 귀어귀촌센터에 방문했었다. 제주도 현지민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한 시도였다. 여기서 모슬포항 인근에 위치한 사계어촌의 어촌계장과 인연을 쌓았다.
물질을 끝내고 뿔소라를 손질하며 뭍으로 돌아가는 배 위의 모습, 출처: IT동아
이 곳에서 물질하는 해녀 삼촌의 나이는 예상보다 정말 많다. 기자님도 동행하면서 봤겠지만, 대부분 마흔이 넘는다. 아니, 마흔이면 정말 젊은 편이다(웃음). 쉰, 예순… 여든에 가까운 해녀 삼촌도 있다. 차가운 겨울 바다에 몸을 담그고 2시간~3시간 동안 물질해 뿔소라를 따 온다. 그렇게 어렵게 채취해 육지로 가져 오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예전만큼 판매를 못하고 계신다.
배가 뭍에 가까워지면 해녀 삼촌들은 잡은 뿔소라를 들고 다시 바다로 뛰어내린 뒤 헤엄쳐 돌아간다, 출처: IT동아
안타까웠다. 이에 대방어와 함께 뿔소라를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뿔소라를 생물 그대로 보내기도 하고, 이 곳에서 미리 손질해 자숙(煮熟)한 뿔소라를 밀봉해 보내기도 한다. 제주도 현지와 고객의 식탁은 연결하는 연장선인 셈이다(웃음).
안전한 수산물을 위한 ‘바이오 센서’를 테스트 중입니다
IT동아: 산지 수산물 이외에도 몇 가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김 대표: 바이오 센서다. 바다드림의 회이팅은 노량진수산시장, 제주도 등에서 수산물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서비스다. ‘고객이 수산물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즐길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전히 날 것을 그대로 먹는 회를 먼 곳에서 배송받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고객이 많다. ‘행여나 배송 중 어떤 사고로 인해 상하지 않을까?’라는 걱정 때문이다.
그렇게 개발하고 있는 것이 바이오 센서다. 인하대학교 생명공학과 전태준 교수와 기계공학과 김선민 교수가 공동 개발한 바이오 센서인데, 이 바이오 센서는 온도/습도 변화, 산성화 등 외부 스트레스를 받으면 파란색이었던 색깔이 붉은색으로 변한다. 이 중 우리는 온도 변화에 집중했다. 배송 과정에서 꾸준히 적절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바이오 센서의 변하지 않은 색깔을 통해 고객이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다드림이 개발 중인 바이오 센서(좌)와 대방어, 자숙 뿔소라를 배송 시 바이오 센서를 동봉해 변화를 테스트 중이다, 출처: 바다드림
지난 3년간 열심히 개발했고, 온도가 증가할 경우 변화한 색깔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도록 개선했다. 다만… 아직 현장에서 테스트가 필요하다. 변화하는 온도도 우리가 원하는 것만큼 낮춰야 한다. 색깔이 변하는 외부 온도 기준을 최소 10도까지는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소 1시간 내 배송을 보장하는 퀵 배송부터 하루 또는 이틀 정도 걸리는 일반 택배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 중이다. 충격으로 인한 변화는 없는지, 바로 보내는 퀵 배송이 아닌 최소 하루 이상 걸리는 일반 택배로 보냈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없는지, 제주도에서 항공으로 보낼 때는 이상 없는지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나와 현장에서 사용하는 필드 테스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IT동아: 확실히… 고객이 조금이나마 안심하고 회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김 대표: 노력하고 있다. 아직 우리 스스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도의 특산물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HMR(간편식)도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23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처음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을 바탕으로 제주도의 전복, 당근, 무 등을 조합한 김페스토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토마토소스처럼 파스타면과 섞어 김페스토 스파게티를 만들 수 있고, 밥에 올려서 먹어도 맛있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어느 순간 해녀 삼촌들과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있는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 출처: IT동아
바다드림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이팅을 통해 노량진수산시장 경매를 연결했고, 제주도에서 내려온 뒤 조금씩 산지 수산물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바다드림이 만들어가고 있는, ‘산지와 식탁의 연결’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 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