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기대주’의 꼬리표를 떼어낼 때다. 27일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에서 흥국생명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세터 이원정(22)의 이야기다. 프로 데뷔 팀인 한국도로공사에서 시작해 GS칼텍스, 흥국생명까지 어느덧 세 번째 유니폼을 입게 된 이원정이 주전 세터로서의 꽃을 피울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쏠린다.
선명여고 시절 청소년 대표팀에서 뛰는 등 고교무대 정상 세터로 활약했던 이원정은 프로 데뷔 때부터 주목받았다. 2017~2018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지명된 이원정은 데뷔 시즌부터 줄곧 출전 기회를 받았다. 여자부를 대표하는 명세터 이효희(42)의 후계자로 주목받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인급 선수가 대체하기엔 이효희의 역할이 너무 컸다. 매 시즌 절치부심하며 준비했지만, 코트에만 들어서면 준비했던 만큼 기량이 나오지 않았다. 그게 또 부담이 됐다.
도로공사에서 세 시즌을 보낸 이원정은 2020~2021시즌을 앞두고 GS칼텍스로 이적했다. GS칼텍스엔 또래 선수들이 많았던 만큼 조금은 부담을 내려놓고 경기를 뛸 수 있게 됐다. 주변에서도 표정이 밝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앞두고 손목 수술을 받으면서 공백이 생겼고 선배 안혜진(24)은 물론 후배 김지원(21)에게도 자리를 내주는 일이 늘어났다. 올 시즌 GS칼텍스에서 2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결국 흥국생명으로 이적하게 됐다.
그러나 당장 트레이드 후 이틀 만인 29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3, 4세트 선발로 나서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스스로도 “경기 감각도 떨어져서 이렇게 길게 뛸 줄 몰랐다. 너무 긴장돼서 경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라고 이적 후 첫 경기 소감을 밝혔다. 세터로서 큰 키(176㎝)에 속하는 이원정은 높이에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장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공격 종합 1위 김연경(34)과 4위 옐레나(25)라는 든든한 날개 공격수가 있다는 게 세터로서 큰 자산이다. 2위 흥국생명은 29일 선두 현대건설을 꺾으면서 한 경기를 더 치른 상태에서 현대건설과 같은 승점 42가 됐다. 선두 추격의 불을 붙인 흥국생명에 이원정이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