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미산(産)이 아니어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세액공제)을 받을 수 있는 친환경 상용차에 리스 차량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국산 전기차도 미국에서 리스 같은 상업용으로 판매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미 재무부는 29일(현지 시간) IRA 설명자료(FAQ)와 백서를 통해 친환경 상용차 요건에 “납세자가 직접 사용하거나 리스하기 위해 취득한 자동차”를 포함시키며 리스 전기차도 친환경 상용차에 지급되는 7500달러(약 965만 원) 보조금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통상 트럭, 버스 같은 상용차 범위에 리스나 렌터카, 승차 공유 차량을 포함시켜 달라는 정부 및 현대차·기아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에서 리스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정부와 협력해 IRA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지침에서 친환경 상용차 범위를 리스 차량까지 확대하면서 미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자동차 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재무부는 이날 IRA 설명자료(FAQ)에서 ‘적격 친환경 상용차’를 “납세자가 재판매용이 아닌 직접 사용하거나 리스를 위해 취득한 것으로 외부 전원을 통해 충전되는 자동차”라고 정의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며 안도감을 표했다. IRA 시행으로 2025년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완공 때까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현대차·기아도 리스 업체에 판매되는 전기차에 대해선 보조금을 받게 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더 경쟁력 있는 리스 요금을 책정해 전체 전기차 미국 수출 물량 중 상업용 비중을 현재 5%에서 두 자리 수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 자동차 정보 업체 익스피리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 27.7%가 리스 차량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IRA 배터리 광물·부품 규정도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IRA는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재무부는 백서에서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 요건에 “FTA 또는 무역장벽 제거에 합의한 국가”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유럽연합(EU)이 포함될 여지를 남겼다. 또 재무부는 백서에서 한국 측 요구인 모든 광물 및 부품 가격을 기준으로 보조금 대상 배터리 광물 및 부품 비중을 산정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재무부는 IRA 전기차 보조금 차별 논란의 핵심인 북미 최종 조립 요건 유예에 대해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FAQ에서 ‘북미’는 “통상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DC 및 푸에르토리코 캐나다 멕시코를 포함한다”고만 했다. 정부는 IRA가 개정되지 않는 한 북미 최종 조립 요건 해법 마련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