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중력/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지음·임슬애 옮김/248쪽·1만7000원·윌북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절대로 안 돌아가겠습니다.”
최근 청춘을 주제로 책을 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청춘을 아련하게, 아름답게 추억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나 역시 2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대부분의 청춘에게 학교를 졸업한 뒤 맞닥뜨려야 할 현실은 불확실한 미래와 여유롭지 않은 주머니 사정, 불안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MZ세대라고 명명된 요즘 청춘을 향한 관심은 뜨거웠던 반면 청춘의 마음에 관한 담론은 드물었다. ‘어른의 중력’은 이 공백을 채워주는 책이다. 심리학자인 저자가 쓴 이 책은 청춘을 ‘쿼터라이프(Quarterlife)’라고 정의한다. 기대수명이 약 80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20대 전후에 해당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쿼터라이프를 20대로만 한정하진 않는다. 넓게는 30대 초중반까지를 쿼터라이프로 본다. 이는 취업과 결혼이 점점 늦어지는 추세와도 관계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4가지 기둥과 함께 소개하는 개념이 ‘의미형’과 ‘안정형’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모범생이 안정형이라면 반항아는 의미형이다. 인간에게는 안정형과 의미형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당연하다. 의미만 좇다 보면 생계가 위태로워지고, 동기 없이 기계적으로 하라는 일만 반복하면 권태로워지고 공허해질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청춘을 상담하며 만난 사연을 소개한다. 의미형과 안정형인 쿼터라이프에 각각 필요한 4가지 기둥을 어떻게 쌓아가는지에 관해 알려준다.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미국 사례지만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쿼터라이프의 삶은 불안하고 아프고 흔들린다.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포기가 빠르고 근성이 없어 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지만 이 책을 읽어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어른의 중력’은 20대를 위한 책이자, 쿼터라이프를 이미 지나온 어른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성숙한 어른이란 힘겨워하는 쿼터라이프가 적응할 수 있게 옆에서 따스한 말을 건네는 존재가 아닐까.
손민규 예스24 인문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