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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무엇이 韓-日 운명 갈랐나

입력 | 2022-12-31 03:00:00

◇한일 근대인물 기행/박경민 지음/448쪽·2만원·밥북




19세기 후반 한일 양국의 지도자인 고종과 메이지 천황은 닮은 점이 많다. 같은 해 태어나 1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모두 왕위에 올랐고, 개항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지도자로서의 역량은 어땠을까. 저자는 일본의 정한론(征韓論·조선침략론) 파동과 조선의 청군 파병 요청을 들어 비교한다. 1873년 일본 정계에서 득세한 정한론을 메이지가 뚝심 있게 물리치고 근대화에 주력한 반면에 고종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자 청군에 파병을 요청해 일본을 불러들이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무슨 차이가 한국과 일본의 운명을 갈랐을까. 법학을 전공한 후 평생 금융, 컨설팅 분야에서 일한 저자는 이 궁금증을 풀고자 독학으로 양국의 근대 역사를 들여다보는 책을 출간했다. 경제·경영 분야 전문가답게 그는 책을 낸 이유에 대해 “역사를 통해 얻는 교훈이 후손을 위한 보험”이라며 “우리가 근대사에서 가지는 피해의식 내지 콤플렉스를 없애지 않으면 ‘있는 그대로 보기’ 또는 ‘제대로 보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철종의 재위가 시작된 1850년부터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까지 조선을 비운의 운명으로 이끈 지도자에 대한 저자의 책망은 거침이 없다. 근대화 과정에서 제정일치로 회귀한 일본과 달리, 평등사상을 창안해 유포한 최제우(1824∼1864), 일본 극우 진영의 정신적 지주이자 대표적인 정한론자로 ‘부국강병을 위한 화혼양재’(일본정신을 중심으로 서양의 기술을 입히다)를 강조한 요시다 쇼인(1830∼1859) 등 근대 인물 39명을 만날 수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