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장갑/하야시 기린 글·오카다 치아키 그림·유지은 옮김/40쪽·1만4000원·천개의바람(4세 이상)
빨간 장갑은 겨울마다 꼬마의 단짝이 된다. 꼬마가 새하얀 눈을 꾹꾹 눌러 눈덩이를 만들 때 왼쪽 장갑, 오른쪽 장갑은 함께 돕는다. 꼬마가 처음 눈사람을 만들 때도 힘을 모았다.
어느 날, 꼬마가 오른쪽 장갑을 잃어버렸다. 왼쪽 장갑은 홀로 집에 돌아왔다. 항상 나란히 함께했던 오른쪽 장갑이 없어 허전하다. 다음 날 아침 꼬마는 눈을 뜨자마자 오른쪽 장갑을 찾아 나서지만 찾지 못한다. 엄마는 꼬마에게 오른쪽 장갑을 새로 떠준다.
그사이 숲에 버려진 오른쪽 장갑은 토끼와 생쥐, 비둘기, 청설모의 이불이나 스웨터로 변신한다. 며칠 뒤 왼쪽 장갑은 숲속 나뭇가지에 걸린 빨간 무언가를 발견한다. 오른쪽 장갑이다. 늘어나고, 올이 풀려 완전히 다른 모습이지만 두 장갑은 서로를 단박에 알아본다. 두 장갑은 다시 함께할 순 없지만, 서로의 모습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행복해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