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안세현 이대목동병원 유방외과 교수 제주풍광 반해 올레길 걷기 시작… 지리산-북한산 둘레길 연속 완주 올해 산티아고 원정 250km까지… 내친김에 자전거 국토종주 도전 구간 이어 달려 그랜드슬램 완수… 요즘은 주 3회 출퇴근길 걷기 실천
안세현 교수가 2010년 이후 12년 동안 전국 걷기길과 자전거길을 돌며 건강을 다졌다. 안 교수가 자전거 전국 완주 그랜드슬램 기념 메달과 서울둘레길 완주 기념 메달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안세현 이대목동병원 유방외과 교수(65)는 유방암 수술 분야에서 최고의 베스트닥터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년 동안 2만6000여 건의 유방암 수술을 집도했다. 하루 평균 2.6회다.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실적이다. 수술을 이렇게 많이 집도하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아직 체력적으로 문제를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올 3월 건강검진에서도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15년 동안 체중은 68kg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 비결을 물었다. 안 교수는 “생활 자체가 운동”이라고 했다. 의자에 앉는 시간은 줄이고, 병원 안이든 밖이든 걷는 시간을 늘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퇴근 후 한강 둔치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탔다. 주말농장도 직접 가꿨다. 안 교수는 10월까지 춘천에서 옥수수, 감자, 고추 농사를 했다. 안 교수의 연구실 책장에는 메달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안 교수는 “걷기와 자전거 타기의 결과물”이라며 웃었다.》
○ 전국의 웬만한 걷기길 완주
2010년 걷기 열풍이 불었다. 평소 걷기를 좋아하던 터라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나도 걸어볼까?’
걷다 보니 그 매력에 심취했다. 제주올레길을 완주하면서 동시에 지리산둘레길에도 도전했다. 2018년까지 22개 코스, 295km를 완주했다. 제주올레길 완주에 8년이 걸렸는데 지리산둘레길 완주에는 3년이 걸렸다.
이어 서울 둘레길(8코스, 157km), 북한산 둘레길(21코스, 72km), 부산 갈맷길(21코스, 270km)도 완주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부산에서 강원 고성에 이르는 50코스, 770km 길이의 해파랑길도 다 걸었다. 지난해에는 5일 만에 경기 구리에서 양평에 이르는 10코스, 125km의 경기옛길평해길을 완주했다.
국내 걷기길을 거의 다 걸었으니 다음 목표가 생겼다.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올해 5월 그 꿈을 이뤘다. 16일에 걸쳐 전체 800km 중에서 250km를 걸었다. 걷는 요령이 있을까. 안 교수는 “천천히 속도 조절을 하면서 걸어야 한다. 시속 3∼4km 속도로 7, 8시간 걷는다. 그러면 대체로 하루에 20∼25km를 주파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완주 그랜드슬램 달성
제주올레길 완주에 도전하고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번에는 자전거에 흠뻑 빠졌다. 당시 전국적으로 강을 정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시에 자전거 길도 잇달아 만들어졌다. 자전거만 있으면 전국을 누빌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올레길을 걸으면서 자신감도 생긴 상황이었다. 내친김에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려면 △국토 종주(아라서해갑문∼낙동강하구둑) △4대강 자전거길 종주 △구간별 종주(강원도 동해안 자전거길, 제주 해안도로 등)를 끝마쳐야 한다.
안 교수는 달리기는 따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전거의 속도감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후 틈나는 대로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를 탔다. 하지만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 계획은 당장 이행하지 못했다. 걷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데다 병원 업무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2020년 다시 자전거를 꺼냈다. 그해에 동해안 강원 지역(242km)과 동해안 경북 지역(76km)을 달렸다. 2021년 들어서는 제주도 일주(234km), 오천자전거길(105km), 금강자전거길(146km)을 돌았다. 올 들어 4월까지 영산강(133km), 섬진강(149km)을 추가로 돌았다. 이렇게 해서 총 1718km의 거리를 자전거로 달렸다. 마침내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30년 넘게 간헐적 단식”
요즘 안 교수는 걷기와 자전거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올 9월 현재의 병원으로 옮긴 뒤 환자도 더 늘었고, 젊은 교수들에게 수술 노하우를 전수하느라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1주일에 사흘은 전철로 출퇴근하면서 하루 1시간 정도는 걷는 게 다행이라 했다.안 교수는 하루빨리 다시 걷고 자전거 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안 교수는 “그동안 충분히 운동을 많이 해 놓은 덕분에 앞으로도 몇 달 동안은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겠지만, 그 후로는 장담하지 못한다”며 “빨리 시스템을 안정시켜 놓고 다시 운동하고 싶다”며 웃었다.
운동을 다시 한다면 새로운 종목을 추가하고 싶단다. 상체 근력 운동이다. 안 교수는 “하체는 튼튼하니까 상체만 보강하면 균형 있는 몸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아침 겸 점심을 병원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음식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다만 양을 줄여 먹는다. 대신 저녁 식사는 넉넉히 먹는 편이다.
집 근처 가까운 길부터 실천… 혼자보다 벗과 함께하면 좋아… 완수 마음가짐이 성공 동력
고령에 국토완주 가능할까 안세현 교수가 병원 앞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걷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그는 가까운 산책로부터 걷기를 추천했다. 그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가장 가까운 걷기길(둘레길)을 걸어보고, 다음에는 마음에 드는 전국 걷기길을 찾아 걷는다. 서울 시민이라면 우선적으로 서울둘레길 걷기를 추천했다. 한 코스를 정해 휴일마다 걷고, 나중에 서울둘레길을 모두 걸었다면 휴가를 이용해 먼 곳에 있는 걷기길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혼자 걷기보다는 벗이 있는 게 좋단다.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오래 걷다 보면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목표를 명확히 정하는 게 좋다. 그래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그게 동력이 돼 다음 목표를 다시 정할 수 있다. 물론 전국의 걷기길을 완주하거나 자전거로 국토 완주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더디더라도 완주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