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호 간삼건축 회장(77)은 2016년부터 국내 첫 시니어 스키클럽인 오파스(OPAS, Old People with Active Skiing)를 이끌고 있다. 가족, 친구들과 스키를 즐기고 있던 터에 지인들이 ‘60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는 클럽’을 만들어 회장을 맡아 달라고 해 선뜻 나섰다고 했다.
김자호 회장은 “속도 제어만 잘 해준다면 스키는 100세 시대 최고의 시니어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키를 탄다는 그 자체로 건강하다는 의미다. 100세까지는 슬로프를 질주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자호 회장 제공.
2017년부터 매년 1월 개최하던 대회가 2020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열리지 못하다 3년 만에 내년 다시 재개된다. 내년 1월 13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리는 ‘할배들의 행복나눔 썰매대회’다. 대회는 나이대별로 핸디캡을 줘서 운영한다. 60∼64세, 65∼69세, 70∼74세, 75세 이상으로 구분해서 진행한다. 동 타임이면 나이 많은 스키어가 이긴다.
김자호 회장이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중고교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그는 일본 유학 당시 스키를 배웠고 사업이 안정된 40대 중반부터 꾸준히 스키를 타며 즐거운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자호 회장 제공.
대회를 통해 모은 기금으로 ‘스키 안전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안전하게 스키 타는 법에 대한 포스터와 동영상을 만들어 대한스키협회, 스키장협회 등을 통해 스키어들에게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 매년 스키 관련 세미나도 열고 있다.
김 회장은 나이 들수록 스키 등 스포츠에 더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고 함께 살아야 더 즐겁기 때문이다. 그는 “스키는 혼자 타는 운동인데 혼자 타면 별로 재미가 없다. 둘이 타면 더 재미나고 셋이 타면 더 재미난다. 여러 명이 같이 타면 아주 재미난다”고 했다.
김자호 회장은 경기중고교 시절부터 아이스하키 선수를 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경기도 동문들과 함께 방판을 누볐다. 김자호 회장 제공.
“처음엔 아이스하키가 순수 아마추어였죠. 그런데 서울 동대문에 스케이트링크가 생긴 뒤 달라졌죠. 우린 공부하면서 운동했는데 일부 다른 학교는 운동만 시킨 거예요. 그러면서 우리가 밀리게 됐죠. 뭐 그래도 우린 공부하면서 즐겁게 했어요.”
그 때부터 1979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겨울엔 스키를 즐겼다. 제대로 배우진 못했지만 아이스하키를 탔기 때문에 슬로프를 내려오는 데는 큰 문제없었다. 한국에선 용평스키장이 막 문을 열어 스키붐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김 회장은 1983년 간삼건축을 창립해 키우느라 한동안 아이스하키와 스키를 즐기지 못했다. 40세 중반이던 1989년 경기고 아이스하키 동문들이 주축이 돼 만든 ‘폴라베어스(북극곰)’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를 다시 즐기기 시작했다.
김자호 회장 제공.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다보니 한국중고등부아이스하키연맹 회장도 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조언도 많이 해줬다. 아이스하키를 그만 둔 이유엔 부상 위험도 있었다. 스키는 하체가 튼튼하고 평형감각만 있으면 언제든 즐길 수 있었다. 김 회장은 “8090들도 스키를 탄다. 슬로프 내려갈 때 속도 제어만 잘 해주면 다치지 않고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고 말했다.
김자호 회장은 겨울이면 오스트리아, 일본 등에서 60일 이상 스키를 즐긴다. 김자호 회장 제공.
“제가 이렇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이유가 전 이제 회장이 아니라 대표 사원입니다. 전문 경영인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조언을 해주고 있죠. 뭐 일본 홋카이도에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일할 수도 있습니다. 참 좋은 세상입니다.”
김자호 회장은 “스키는 자연 속에서 좋은 경관 구경하고 좋은 공기 마시며 즐기는 스포츠라 더 건강에 좋다”고 했다. 김자호 회장 제공.
“좋은 산 구경하면서 좋은 공기 마시면 병도 안 생겨요. 전 스키를 타면 한 번에 일주일, 길게는 한 달씩 타거든요. 친구나 가족들과 이산에서 타다, 저산으로 옮겨 타고, 힘들면 쉬면서 맥주 한잔 하고. 그렇게 즐기다보니 몸도 튼튼해졌어요.”
물론 평소 체력 관리는 꾸준히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매일 아침 기상하자마자 음악을 들으면서 30분 스트레칭 체조를 한다. 근육을 잘 풀어줘야 근육이 탄력을 잃지 않는다. 고정식 자전거를 타며 하체 근육도 키운다. 김 회장은 겨울이 아닐 땐 2~3일에 한번씩 지인들과 골프를 친다. 걷기 위해서다. 한 때 싱글 골퍼였지만 요즘은 80대 초반 치면 즐겁고, 80대 중반 치면 좀 기분이 나쁘다고.
골프 보다는 스키를 더 좋아한다.
“솔직히 골프는 남이 잘 안 되기를 바라는 스포츠잖아요.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친구들이 치자고 하니 함께 골프를 즐기긴 하지만 겨울에 스키 타는 걸 늘 기다립니다.”
“오스트리아 솔덴에서 스키 타봤어요? 한국 스키 국가대표 선수들도 가서 훈련하는 명소죠. 환상적입니다. 전 천천히 즐기면서 타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습니다.”
김 회장은 매년 겨울 60일 이상 스키를 탄다. 그는 “100세까지 슬로프 위를 질주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자호 회장이 서울 중구 신당동 간삼건축 사무실에서 경기고 아이스하키 선수 때 모습 사진을 보여주며 엄지척을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