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헌법 제9조 무력화… 中 군사적 팽창 저지 의도
일본 항공우주자위대 소속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후지산 인근을 비행하고 있다. [JASDF]
일본 자위대(自衛隊)는 1954년 7월 1일 치안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준(準)군사조직이다. 당시 자위대는 전쟁 포기, 전력 보유 및 교전권 불인정을 규정한 평화헌법 제9조와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에 따라 타국의 침략으로부터 일본을 지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으로 창설됐다. 따라서 자위대는 자국 방어만 가능해 엄밀히 말해 군대는 아니다.
자위대는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6·25전쟁 덕분에 만들어졌다. 미국이 일본에 주둔한 군 병력을 차출해 한국에 파견하자 주일미군 빈자리를 대신하고자 자위대 전신인 경찰예비대가 창설됐다. 이후 자위대는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미국 요청에 따라 소해정을 페르시아만에 파견해 기뢰 제거 활동 등을 벌이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첫 해외 임무를 수행했다. 자위대는 또 창설 60주년인 2014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주재한 각의(국무회의)의 결정과 2015년 의회를 통과한 안보법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자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가 공격을 당하는 경우 자국이 공격당한 것으로 간주해 대신 반격하는 권리를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안보 전략 대전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 인근 아사카 기지에서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일본 총리실]
이처럼 단계적으로 군대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온 일본 자위대가 사실상 군대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12월 16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재로 각의를 열고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개정된 안보 문서는 외교·안보 기본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자위대 역할과 방위력 건설 방향이 담긴 ‘국가방위전략’, 구체적인 방위 장비 조달 방침 등을 정리한 ‘방위력정비계획’이다. 반격 능력은 적 기지와 사령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일본 정부가 우회적으로 표현한 용어다.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그 수단으로서 탄도미사일 등으로 공격할 경우 ‘무력 행사 3가지 요건’에 근거해 그런 공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자위 조치로 상대 영역에 반격하는 능력을 보유한다”고 규정했다. 무력 행사 3가지 요건은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에 명확한 위험이 발생하며 △국민을 지키기 위한 다른 수단이 없는 경우 △필요 최소한으로 실력 행사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번 결정에 따라 일본은 ‘방패’는 물론, ‘창’도 보유하게 됐다. 일본의 기존 안보 전략은 미·일 동맹에 의거해 미군은 ‘창’, 자위대는 ‘방패’ 역할을 맡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일본이 공격을 받으면 타격 능력을 갖춘 미군이 보복한다는 전략이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유지해온 안보 전략을 77년 만에 바꾸는 대전환이다. 말 그대로 일본이 사실상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된 것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평화헌법 제9조를 무력화하는 조치로 간주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반격 능력 보유 명분으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등 무력 도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속셈은 이번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중국을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한 것에 그대로 드러난다. 일본 정부는 2013년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선 중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 사항’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볼 때 중국도 대만을 공격할 수 있으며, 이는 자국에 중대한 안보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통합막료장이 총리 보고와 미군과의 조율에 쫓겨 정작 재해 현장 파견부대를 지휘할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래서 통합막료장은 총리나 방위상 지원 업무에 전념하게 하고, 통합사령관이 자위대를 지휘해 적의 공격 등에 대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인공지능(AI), 무인기(드론) 등 첨단 군사기술 연구를 지원할 기관을 방위장비청에 신설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방위장비 연구와 생산 활성화를 위해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를 외국에 팔거나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 지침을 전면적으로 개정할 계획이다.
‘반격 능력’에 필요한 무기 획득 적극 추진
일본 육상자위대가 12식 지대함 유도탄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JGSDF]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육상·해상·항공 자위대 가운데 항공자위대 명칭을 ‘항공우주자위대’로 변경하고 임무를 우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명칭 변경 이유는 국가 안보에서 우주 영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항공자위대에 우주 영역 전문 부대를 발족해 자국 인공위성을 다른 나라의 공격과 방해로부터 보호하고 감시하는 활동을 해왔다.
특히 사이버 방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자 현재 890명 수준인 인력을 5년간 2만 명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통신학교를 육상자위대 시스템통신·사이버학교로 개편해 사이버 방어 교육을 맡기기로 했다. 각국 사이버 부대는 △중국 17만 5000명 △북한 6800명 △러시아 1000명 등으로 추정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무력 공격과 사이버 공격을 조합한 ‘하이브리드전’을 펼쳤다”며 “일본 정부의 사이버 부대 강화 계획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러시아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이버 공격까지 감행할 것에 대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中과 갈등 지역 난세이 제도 요새화
대만에서 110㎞ 떨어진 일본 요나구니섬에 위치한 육상자위대 레이더 기지. [NISHINPON]
특히 난세이 제도를 철통같은 ‘요새’로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난세이 제도는 일본 규슈 남단에서 대만 동쪽에 이르는 1200㎞ 해상에 위치한, 활처럼 호(弧)를 그리며 늘어선 2500여 개 섬을 말한다. 난세이 제도는 중국이 설정한 제1다오롄(島鍊·Island Chain)이라는 가상의 선과 중첩된다. 중국은 그동안 난세이 제도 남서쪽에 자리한 섬들을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면 대만에서 북동쪽으로 150㎞,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300㎞ 떨어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비롯해 난세이 제도 남쪽 섬들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대만과 110㎞ 떨어진 요나구니섬을 비롯해 이시가키섬과 미야코섬 등의 활주로를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확장할 방침이다. 또 요나구니섬에는 해상자위대 함정이 기항할 수 있는 시설도 만들 계획이다. 난세이 제도의 섬들에 공격형 무인기도 배치할 예정이다. 미군은 오키나와현과 가까운 가고시마현에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춘 무인기 MQ-9 리퍼를 배치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나하시에 사령부를 둔 육상자위대 15여단의 병력을 2027년까지 2000명에서 3000명으로 증원하고, 15여단을 오키나와 방위집단(일종의 사단)으로 격상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반격 능력 보유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3년 방위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인 6조8219억 엔(약 64조43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2022년 5조4000억 엔보다 26% 증액한 것인데, 국내총생산(GDP)의 1.19%다. 또한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방위 예산을 43조 엔(약 406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으며, 5년 뒤에는 GDP의 2%에 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명기했다.
GDP의 2%는 11조 엔(약 104조 원) 규모로, 2022년 방위 예산의 2배 이상이다. 이런 목표가 실현되면 지난해 기준 세계 9위였던 일본 방위 예산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가 된다. 일본 자위대가 명실공히 충분한 자금과 무기를 보유한 진짜 군대가 되는 셈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71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