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대청봉, 오전 7시 42분 일출… 400여 명 탄성
영하 11도, 태풍급 강풍에도 새해 첫 등반객 줄 이어
지난해와 2021년, 코로나19 탓에 새해 일출 입산 통제
국립공원 직원들도 감격 “등반객 안전, 새해 제1 소원”
2023년 1월 1일 오전 설악산 울산바위에서 촬영한 새해 첫 날 해돋이.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영하 11도, 초속 17m의 ‘태풍급‘ 강풍이 부는 대청봉 위에서 탐방객들은 균형을 잡으려고 주변 바위와 탐방객들을 붙잡고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이원욱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주임은 “어떤 분들은 바람 때문에 넘어지기도 했다”며 “대부분 체감온도 영하 20도 이하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통화를 나눴다. 다른 탐방객들을 향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외치는 탐방객들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23년 1월 1일 설악산 대청봉에서 탐방객들이 새해 첫 해돋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국립공원공단은 1일 주요 산 정상의 새해 해맞이 행사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산 정상에서 새해 첫 해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3년만이다.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2021년과 2022년 새해에는 해돋이 시각 입산을 통제했고, 따라서 산 정상에서 새해 첫 해를 맞을 수 없었다.
2023년 1월 1일 지리산 촛대봉에서 촬영한 새해 첫 날 해돋이 영상.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2023년 1월 1일 국내 최고봉인 지리산 천왕봉에서 촬영한 새해 첫 날 해돋이 모습.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서너 시간 안에 정상을 오를 자신이 없는 탐방객들은 전날 정상 가까운 대피소에 미리 올라와 하룻밤을 보냈다. 설악산 중청대피소에 53명, 지리산 세석대피소에 153명이 투숙하는 등 정상 인근 대피소는 모두 다 만실이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3년 만에 새해 전야 투숙한 탐방객들을 위해 지리산의 역사와 자연에 대한 해설 행사도 열었다고 밝혔다. 선 주임은 “과거에는 인근 절에서 타종행사도 하고 탐방객들에게 떡국을 나눠주는 행사도 진행했었는데 올해는 아직 코로나19 영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해설 행사만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1월 1일 지리산을 오른 탐방객들이 체감온도 영하 20도보다 낮은 강추위 속에서 새해 첫 해돋이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설악산 근무만 10년이 넘었다는 박용환 백담분소장은 “2021년과 2022년 새해 해돋이는 국립공원 직원들만 감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공단 직원들도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다. 기자가 어떤 소원이었는지 묻자 직원들은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똑같이 말했다. “새해에도 국립공원 탐방객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