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보우소나루 ‘대선 불복’ 계속 취임식 불참하며 “전쟁에선 안 져” 룰라, 前정권 정책 갈아엎기 예고
‘남미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사진)이 1일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브라질 최초의 3선 대통령인 그는 2003∼2010년 집권했고 지난해 10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대통령을 1.8%포인트로 꺾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측은 아직도 대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고 양측 지지자들의 반목도 심각해 그의 재집권이 브라질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법원은 이날 취임식을 앞두고 전국에 총기 소지 금지령을 내렸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층이 잇단 폭력 시위와 테러 위협 등을 감행하면서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취임식을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 30일에만 경찰이 전국 8개 주에서 32개의 수색 및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전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대통령 띠를 넘겨주는 관행을 깨고 취임식에 불참했다. 30일 유튜브를 통해 지지층에게 남긴 연설을 공개한 후 미국 플로리다주로 떠났다. 그는 룰라 대통령이 취임하는 1일에 세상이 끝나는 것을 보지 않겠다며 “‘전투’는 졌지만 ‘전쟁’에서는 지지 않겠다. 미래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다시 지지층을 규합해 정치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룰라 3기 정부 출범으로 브라질을 포함해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등 중남미의 주요 6개국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온건 좌파의 도미노 집권을 뜻하는 ‘핑크타이드’(분홍 물결)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룰라 대통령은 집권 1, 2기 때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브라질은 미국 등 서방이 주축인 러시아 경제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