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 당일 식당 손님들에 재력 과시 공개한 사진과 실물 너무 달라 논란 警, 주변인 조사… 추가범행 확인중
경기 파주시에서 전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해 구속된 이기영(32)이 검거 당일 모르는 남성들에게 술과 식사를 대접하며 재력을 거짓으로 과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25일 새벽 이기영은 경기 고양시의 한 식당에서 모르는 남성들에게 고기를 사주겠다며 접근했다고 한다. 택시기사를 살해한 후 닷새 만이었다. 그는 합석한 후 “건물이 8채 있고 돈이 많은데 같이 일하겠냐”며 재력을 과시했고, “사람을 죽일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이후 식당을 나와 갑자기 남성들에게 주먹질을 하며 시비를 걸었고 남성들은 자리를 떴다.
이기영은 이날 낮 시간에 손을 치료하러 병원에 갔는데 마침 옷장에서 택시기사의 시신을 발견한 현 여자친구의 신고로 병원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그의 거짓말이 학창시절부터 이어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중학교 동창이라는 C 씨는 1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학창시절 거짓말을 정말 자주 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거짓말이 반복돼 친구들과 멀어졌다”며 “리플리 증후군(자신이 한 거짓말을 사실로 믿는 것)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영이 4차례 음주운전을 해 처벌받았던 사실도 밝혀졌다. 그는 육군 모 부대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던 2013년 두 차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육군교도소에서 복역했다. 2018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듬해 다시 음주운전을 저질러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한편 경찰이 공개한 이기영의 운전면허증 사진이 현재 모습과 지나치게 다르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개한 사진과 달리 이기영은 안경을 쓰고 있고 머리도 갈색으로 염색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사진을 공개하려 했지만 이기영이 촬영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신상공개 제도는 유죄 판결이 나지 않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거부하면 신분증 사진 등으로 얼굴 사진을 대체할 수 있다. 경찰은 최근 이기영과 1년간 연락을 주고받은 주변인을 조사해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진행한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는 이번 주 나올 예정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