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해특집/모두를 위한 성장 ‘K-넷 포지티브’] 1부 글로벌 문제 푸는 한국기업들〈1〉새로운 희망을 전파하다 LG전자, 코이카와 함께 설립…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 등 혜택 세계 최빈국에 ‘꿈 있는 삶’ 선물… “제조-산업기반 넓히는 뿌리”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외곽에 위치한 LG-KOICA 희망학교에서 전기전자학과 학생들이 전자제품 기판이 고장 난 원인을 찾고 있다. 아디스아바바=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만난 알렘차이 카히사이(34·여)는 직업이 세 개다. 낮에는 LG-코이카 희망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저녁에는 자신의 전자기기 수리점으로 출근한다. 최근 개원한 작은 유치원까지 더하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가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했었다. 하지만 기술도, 돈도 가진 게 없었다. 4년 전 입학한 희망학교는 삶을 180도 바꿨다. 희망이 생기니 배 속 아기를 포함해 자녀 4명을 돌보면서도 공부로 밤을 지새울 수 있었다. 졸업 성적도 최우수였다. 그는 LG전자 중동·아프리카 본부 두바이 지점 인턴 기회를 갖는 대신 희망학교에 남기로 했다. 자신 같은 처지의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어서였다. 길에서 먹고 자던 청년 3명을 최근 고용한 것도,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을 연 것도 같은 이유다. 카히사이는 “희망학교가 나를 바꿨듯 나도 누군가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 현지인 삶을 바꾼 희망학교
희망학교 졸업 후 교사로 남은 알렘차이 카히사이.
이날 찾은 아디스아바바 외곽의 희망학교에선 평가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수업이 한창이었다. 빨간색 작업복을 입은 전기전자학과 학생들은 분해된 에어컨 실외기나 세탁기, 냉장고 주변에 모여 앉아 고장 원인을 토론했다. 또 다른 교실에서는 흰색 작업복의 정보통신기술(ICT)학과 학생들이 컴퓨터에 복잡한 명령어를 입력하고 있었다.
희망학교의 가장 큰 자랑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학교를 졸업한 322명 모두 일자리를 얻었다는 점이다. 직접 창업한 이도 83명이나 된다. 2022년 에티오피아 실업률이 21%임을 감안했을 때 고무적인 일이다. 졸업생의 임금 및 수입도 월 4000∼7000비르(약 9만5000∼16만4000원)로 에티오피아 4년제 대학 졸업생 평균과 비슷하거나 많다. 타리쿠 메딘 희망학교 교장은 “명실상부한 에티오피아 내 기술교육 분야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 사회 진출 졸업생이 교육·채용 늘리는 선순환
에티오피아는 한국전 당시 지상군을 파병한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뒤 사업 진행을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LG전자는 2012년 ‘희망마을 프로젝트’를 먼저 시작했다. 오로모주(州) 센다파 두기데데라 마을을 지속가능한 자립형 농촌마을로 탈바꿈하는 1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현재는 아디스아바바 내 참전용사 후손 밀집 거주지역인 예카, 쿨렐레 등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참전용사 2세인 에지가예후 테쇼메(60)는 “우리 가족을 포함해 새 집을 받은 가족들 모두 집 걱정을 덜면서 자녀가 일자리를 얻고 손자들은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아디스아바바=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