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소감 시조
접은 날개 다시 편 새처럼… 더 낮은 자세로 행간속을 날고 싶어
접은 날개 다시 편 새처럼… 더 낮은 자세로 행간속을 날고 싶어
김미경 씨
이른 아침, 까치가 요란스레 울었습니다. 햇살처럼 퍼지는 까치 울음과 함께 반가운 소식이 문득 날아들었습니다. 아마도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요.
그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길 위에서 종종 길을 잃곤 했습니다.
날마다 짓찧는 나의 어깨는 더욱 좁아질 뿐이었습니다. 발버둥 칠수록 시조의 길은 멀어지기만 했습니다. 성급한 날갯짓에 떠밀려간 고요는 미처 읽지도 못했습니다. 그 새가 일러주었습니다. 고요 속에도 귀를 열면 바람의 길을 볼 수 있다고요. 허공에도 길이 있듯, 행간에도 길이 있다고요.
이제야 길이 보이는 듯합니다.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것만큼 가슴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요. 저에게 기꺼이 드높은 시조의 문을 열어주신 동아일보사와 심사위원님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더욱 낮은 자세로 깊은 행간 속을 날겠습니다. 더 큰 나래를 펼치는 시조새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심사평 시조
출구를 잃어버린 인간들에게 보내는 ‘담담한 메시지’
출구를 잃어버린 인간들에게 보내는 ‘담담한 메시지’
이근배 씨(왼쪽)와 이우걸 씨.
올해의 응모 작품은 대체로 평이한 수준이었다. 실험적인 작품도 특별히 보이지 않았고 가열한 시대정신도 눈에 띄지 않았다. 소소한 일상을 그린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 가운데 마지막까지 선자들의 손에 남아 있었던 작품은 ‘물론’ ‘알타리 김치’ ‘참새와 탱자나무’ ‘새들도 허공에서 날개를 접는다’였다. 일상의 단면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는 작품, 동화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 앞의 세 작품이었다. ‘물론’과 ‘알타리 김치’는 기법과 내용 면에서 신인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노숙한 스타일의 노래일 뿐 아니라 시대적 울림이 부족하다고 판단됐다. ‘참새와 탱자나무’는 스케일이 좁고 개성 면에서 다소 무표정했다. 그런 점이 보완된다면 당선권에 충분히 들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었다.
올해의 영광은 ‘새들도 허공에서 날개를 접는다’에 돌아갔다. 이 작품은 야단스러운 수사도 특별한 기교도 안 보이지만 출구를 잃어버린 현실 속에서 우리가 모색하고 추구해야 하는 응전의 메시지와 시적 미학이 담겨 있다고 봤다.
이근배·이우걸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