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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34년 가정 지켰는데 재산분할 1.2%…판결 수치스러워”

입력 | 2023-01-02 10:34:00

최태원 측 “재판에 영향 미칠까 우려…법적조치 검토”




노소영 관장. 아트센터 나비 제공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1)이 이혼소송 1심 판결에 대해 “예상 못한 결과였다. 완전한 패소”라고 밝힌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62) 측은 “언론을 이용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태도”라며 유감을 표했다.

노 관장은 지난해 12월 28일 법률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결혼 생활 34년간 가장 애를 쓴 것은 가정을 지키고자 한 것”이라며 “인내하기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가정을 지키려고 끝까지 노력했다”며 1심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노 관장은 “5년 동안 이어온 재판이고 국민도 다 지켜보는 재판인데, 판결이 이렇게 난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럽다”고 했다. 이어 “이 판결로 인해 힘들게 가정을 지켜온 많은 분들이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당하면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대표적 선례가 될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달 6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을 받아들이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 분할분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 분할 대상은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예금, 노 관장의 재산만 포함됐다.

노 관장은 이 판결을 두고 “많은 분들이 적지 않은 금액이라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외부에 드러난 바로 5조 원 가까이 되는 남편 재산에서 제가 분할받은 비율은 1.2%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4년의 결혼 생활 동안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면서 그 사업을 현재의 규모로 일구는데 제가 기여한 것이 1.2%라고 평가받은 순간, 그 금액보다 그동안 제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여성의 의미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노 관장은 1심 재판부가 최 회장 소유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보고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부분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유재산은 부부가 혼인 전부터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에 한쪽이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을 말하며 이혼 시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노 관장은 “시카고대학 경제학부 박사과정에서 최 회장을 만났을 때부터 미래와 사회에 대한 꿈과 비전을 함께 나눈 파트너였다”며 “결혼 후 자녀들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저는 육아와 내조를, 남편은 밖에서 사업을 하는 역할 분담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SK의 무형 가치, 즉 문화적 자산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 불모지였던 미디어아트 영역을 개척한 SK그룹의 문화적 자산”이라며 “시작부터 남편과 의논하며 설립했고 20년 가까이 SK 그룹과 협력하며 유지해 왔다”고 부연했다.

항소를 결심한 이유는 딸의 역할이 컸다고 노 관장은 밝혔다. 그는 1심 재판 후 딸에게 ‘엄마 혼자 너무 힘드네. 여기서 멈출까’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딸은 ‘여기서 그만두는 엄마가 내 엄마인 것은 싫다’고 대답했다. 노 관장은 그때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항소를 결심했다. 노 관장의 항소장 제출 이후, 최 회장 측 역시 소송 결과에 불복해 맞항소를 제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뉴스1

최 회장의 소송대리인단은 노 관장의 인터뷰를 두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당사자 일방의 주장만 기사화한 법률신문의 보도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위법한 보도”라며 “이번 보도에 법적 조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당사자가 한 인터뷰 내용 역시 수 년 간 진행된 재산분할 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주장됐던 것”이라며 “1심 재판부가 이를 충분히 검토해 판단한 것이다. 확립된 재산분할 법리에 따른 판결임에도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진행한 인터뷰를 그대로 보도한 부분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