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계속된 금리 인상 기조에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한 해 동안 16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역머니무브’ 흐름이 이어지면서 정기예금으로는 163조원이 몰렸다. 다만 최근 예금금리가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증가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2조53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5011억원이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부터 감소세를 지속해왔다. 2021년 말보다 16조5194억원이 줄었다. 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기존 대출의 상환액이 신규 대출 규모보다 더 크다는 의미다.
5대 은행을 포함한 예금은행의 연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02조6670억원으로 2021년 말 910조1049억원보다 줄었다. 지난해 11, 12월 변동분을 반영해도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03년부터 2021년까지 증가세를 지속해왔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13조1416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3782억원이 증가했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가계대출 감소세를 견인했다. 지난달 말 기준 잔액은 118조9763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6125억원 줄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2021년 12월 이후 1년 동안 감소를 지속했다.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기존 대출의 상환이 이어지고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에 투자 수요가 줄면서 신규 대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63조90억원으로 전월보다 3642억원이 증가했다.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 몰려…총수신 전년比 122조↑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877조24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고금리 수신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년 말보다 122조8829억원 늘었다. 다만 전월보다는 24조1207억원 줄었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18조4366억원으로 1년 전(654조9359억원)보다 163조5006억원 증가했다. 최근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 전환하면서 전월보다는 8조8620억원 줄었다.
올해 은행권의 정기예금 증가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965조31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86조608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11, 12월 증가분을 더하면 연간 증가액이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해당 통계가 시작된 2002년 1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정기적금 잔액은 37조2310억원으로 2021년 말(35조1007억원)보다 2조1302억원 늘었으며 전월보다는 1조1235억원 줄었다.
저원가성 예금인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전월보다 1조3462원 늘어난 624조58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보다는 87조2164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