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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좌파 대부’ 룰라지만…전문가들 “경제 개혁 쉽지 않을 것”

입력 | 2023-01-02 16:24:00


1일(현지시간) 브라질 새 대통령으로 중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7)가 12년 만에 돌아왔다. 그는 “무너진 국가 체계를 바로 세우겠다”는 취임 일성을 내놓았지만 호황을 누렸던 이전 집권기와 달라진 경제와 국민 양극화 등 쉽지 않은 상황 속의 불안한 출발이다. 카타르 국영 매체 알자지라는 룰라 대통령이 성장과 공공 소비를 줄이는 것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취임선서를 하며 2003~2010년 두 차례 집권 후 다시 세 번째 임기를 맞았다. 다시 맞은 브라질의 대외 환경은 과거와 달랐다. 과거 그의 집권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성장과 복지를 둘 다를 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근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남미 여러 나라 경제가 파탄 지경인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물가 시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킹달러’ 시기가 도래했다.

설상가상으로 임기가 끝날 무렵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급등한 물가와 싸우기 위해 현금 지원금과 휘발유 및 전기에 대한 세금 상한선을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브라질의 부채 부담을 가중시켰다. 현재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거의 90%이다. 높은 부채 부담은 높은 이자 부담을 수반하는데, 이로 인해 교육 및 의료 등의 공공 지출여력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룰라가 이끄는 노동자당(PT)은 이미 최근 승인된 사회복지 증진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2015~16년에 브라질 재무장관을 지낸 넬슨 바르보사는 이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내년 말에야 성장률이 반등한다고 가정할 때, (복지) 지원책은 후퇴해야 한다. 경제 성장을 자극하고 부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PT는 또한 브라질의 미로 같은 세금 체계를 단순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룰라 대통령이 지역 판매세를 하나의 국가 부가가치세로 통일하는 것과 같은 보우소나루의 정책 제안의 일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다른 전문가들은 PT가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면제를 확대하는 보다 진보적인 제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PT가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약화시킨 2017년의 노동개혁법안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는 폐기가 아닌 ‘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노조에 대한 의무적 자금지원제, 최저임금 인상, 노동력의 40%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 인상 등이 시도될 수 있다.

하지만 룰라 대통령은 두 달 전 결선투표에서 50.9% 득표해 49.1% 얻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고작 1.8%포인트(p)차로 이겼다. 절반의 국민이 룰라 대통령과는 정반대쪽을 지지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의회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자유당(PL)이 하원에서는 99석을 가져 최대 당이고, 상원에서도 PL과 우파 동맹들이 27석 중 19석을 차지해 여소야대다. 이에 전문가들은 의회가 앞으로 몇 년 안에 PT의 계획을 무산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본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알프레도 사드-필호 국제 개발 교수는 “이 지역(‘의회’ 의미)은 어떤 정치 지도자에게도 매우 위험하다”며 “경제 개혁을 통과시키는 것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진보적인 개혁이 낙관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