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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권서 벌초대행까지… 대구경북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눈길

입력 | 2023-01-03 03:00:00

지자체에 일정액 기부땐 세액 공제
기부액 30% 범위 내서 답례품 제공
경북, 대추-산양삼-관광 상품권
대구, 한방 식품-침구류 등 마련



배우 이정길 씨(오른쪽)가 1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경북 1호 고향사랑기부금을 전달한 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손을 잡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에 첫 번째로 고향사랑기부금을 전달해 개인적으로 매우 기쁩니다.”

탤런트 겸 영화배우 이정길 씨(79)가 1일부터 처음 시행하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경북에 5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씨는 “고향이 경북은 아니지만 배우로서 다수의 작품을 하면서 한국 문화와 역사의 중심이 되는 경북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했다”며 기부의 뜻을 밝혔다.

함경북도 청진 출생인 이 씨는 1965년 KBS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그는 57년여의 배우 생활을 하면서 드라마, 영화 등 1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 씨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전 세계에 전파한 한류 문화의 원류로 꼽힌다.

이 씨는 80만8500원의 세액 공제 혜택과 함께 경북도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작한 150만 원 상당의 도자기를 경북도로부터 답례품으로 받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인 이 씨가 경북 1호 기부자로 참여해 감사하다”며 “앞으로 기부금은 경북의 미래를 위한 뜻깊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 특색 살린 답례품 풍성
고향사랑기부제의 막이 올랐다. 기부자가 현재 주소지를 제외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일정액을 내면 세액 공제 혜택과 기부액의 30% 범위 내의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1인당 연간 최대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고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 공제, 10만 원 초과분은 16.5%의 세액 공제를 받는다. 답례품 목록은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북은 농업과 수산업, 관광업 등이 지역 경제를 이루는 근간이어서 지자체별로 준비한 답례품마다 특색이 있다. 경산시는 지역 특산품인 대추 등을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경산 대추는 대통령실에서 추석 선물로 선정할 정도로 품질이 좋다. 대구 등 대도시와 가까운 영천시는 출향인을 위해 벌초 대행 서비스를 준비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영천에 조상 산소가 있으나 직접 벌초하기 어려운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벌초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달 설을 앞두고 있어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풍기 인삼의 도시 영주시는 산양삼 등을 답례품으로 선정했고, 상주시는 임금님 진상품으로 유명한 곶감과 한우를 선물한다. 국제 관광도시 경주시는 경주월드와 한옥형 숙소, 유적지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답례품으로 제공한다. 동해안권의 포항시와 울진군, 영덕군, 울릉군은 바다의 고장답게 과메기와 해각포(말린 홍게), 마른오징어 등을 답례품으로 준비했다.
○ 대구 명물 답례품도 관심

대구 답례품에는 개성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자체별로 준비한 동네 명물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선 대구시는 시티투어버스 탑승권 등을 답례품으로 준비했다. 지붕이 없는 2층 형태인 시티투어버스를 타면 대구 도심의 감동적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중구는 전국 3대 약령시라는 대표성을 살려 한방 식품과 쌍화차를 선물한다. 국내 최대 연근 생산지로 꼽히는 동구는 연근을 이용해 만든 과자 선물 세트를, 이불 공장이 집적해 있는 서구는 침구류 세트를 준비했다. 남구는 기부자가 원하는 사진을 새긴 이미지 케이크를 특별 제작해 주는 이색 선물을 마련했다. 북구는 지역 기업인 ㈜풍국면이 생산한 국수를 선물한다. 북구 노원동에 자리잡은 풍국면은 1933년 설립해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수회사로 전해진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는 고액 기부자를 위해 대구국제오페라와 뮤지컬페스티벌 등 VIP 관람권 등을 답례품으로 추가 선정할 계획”이라며 “출향인뿐만 아니라 대구에 대한 애정을 가진 많은 분들이 기부에 동참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