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등 앞세워 전입신고만 하고 대항력 주장 사례 많아 조심해야 보증금으로 채권 대체하려는 임대차계약도 임차인 인정 안돼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결혼을 앞둔 A 씨는 신혼집 아파트를 경매로 장만하려고 한다. 그는 두 차례 유찰된 아파트가 있어 경매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매각물건명세서를 확인해 보니 대항력을 갖춘 세입자(임차인)가 있었고, 배당받지 못한 보증금은 매수인이 인수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A 씨는 경매 참여를 포기하려 했지만 주변에서 대항력을 갖춘 세입자 중에서도 가짜 세입자가 많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대항력은 어떤 경우에 인정되며, 가짜 세입자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 걸까.
세입자의 대항력은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 0시부터 제3자에 대해 발생한다. 대항 요건은 대항력의 취득 시에만 갖추면 되는 게 아니다. 주택에 계속 존속해야 대항력이 유지된다. 대항력은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거주하면서 이를 직접 점유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타인의 점유를 매개로 하여 간접 점유할 때도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94다3155 참조).
또 자신의 명의로 된 주택을 팔고 같은 주택에 세 들어 사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세입자로서 갖게 되는 대항력은 새로운 집주인 명의의 소유권 이전등기가 마쳐진 다음 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99다59306 참조). 세입자가 가족과 함께 주택을 점유하면서 가족의 주민등록을 그대로 둔 채 세입자만 주민등록을 일시적으로 다른 곳으로 옮긴 경우에도 대항력이 인정된다(대법원 95다30338 참조).
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한 뒤 말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자기 소유의 아파트를 동생에게 무상거주하게 한 뒤 해당 주택을 가지고 대출을 받은 B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출 당시 은행이 동생의 거주를 문제 삼자 B 씨는 세입자가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겠다는 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했다. 이후 주택이 경매에 들어가자 B 씨는 ‘동생이 세입자로 들어가 있으므로 대항력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런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등에 어긋나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99마4307 참조). 다만 가족 간에 임차 주택을 사용 및 수익할 목적으로 임대차계약을 하고, 보증금의 자금 출처가 분명하다면 대항력은 인정된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경매를 하기 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 참고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세입자가 배당기일 종기까지 보증금을 배당 요구한 때는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을 수 있다면 매수인이 인수하는 보증금은 없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