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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용 대마 시장의 문이 열리고 있다. 정부가 대마 성분 의약품의 제조·수입 허가 등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다. 국내 기업들도 의료용 대마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나 수출 등 관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흔히 마약으로 불리는 대마는 잎과 꽃을 건조한 마리화나다. 대마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칸나비디올(CBD), 칸나비놀(CBN) 등 70여 종의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나라는 중독과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THC 성분을 비롯해 칸나비노이드 성분은 모두 마약류로 분리하고 있다.
반면 CBD는 환각성이 없고 진통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의학계에선 의료용 대마 보급이 암 환자의 마약성 진통제 남용을 억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CBD가 소아뇌전증·파킨슨병·치매 치료제로 허가돼 처방하고 있다. 의료용 외에도 식품, 섬유, 건축자재, 화장품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CBD 관련 연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의 경우 대마는 그동안 용도를 불문하고 마약류로 취급됐다. 현행 마약류 관리법은 대마의 수출입·제조·매매를 금지한다. 현재 국내에서 의료용 대마는 공무·학술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의료용 대마와 관련해선 국내 대체 치료제가 없을 때 환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등을 통해 의약품을 수령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대마 합법화 움직임에 맞춰 최근 국내 역시 의료용 대마의 빗장을 서서히 푸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년 대마 성분 의약품 수입과 사용을 허가했다. 이어 2020년 8월부터 경북 안동을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해 해당 지역에선 합법적으로 대마를 재배하도록 허용했다.
이런 와중에 유효성분인 CBD가 산성과 열 조건에서 향정신성 물질인 THC로 전환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 CBD 제품 복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증상을 살펴보면 구강 건조, 기분 변화, 식욕 변화, 피로감, 중추신경계 억제, 구토 및 메스꺼움 등이다. 이는 THC 성분이 함유된 마리화나를 했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다. 연구를 이끈 홍종기 경희대 약학대학 교수는 “낮은 pH와 높은 온도, 긴 반응 시간에 따라 CBD의 THC 전환이 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의약품을 비롯한 식품, 화장품 제조 공정 과정의 신중한 통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식의약 규제 혁신 100대 과제’에 대마 의약품 활성화 정책을 포함해 대마 성분 의약품 제조·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마 성분 의약품 제조·수입 허용에 따른 사회·경제적 편익을 분석하는 등 관련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