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기업이 입주한 서울 도심의 모습. 뉴시스
새해 벽두부터 굵직한 대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줄줄이 회사채 시장을 찾고 있다.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간신히 안정을 찾았던 채권 시장이 다시금 공급 과잉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계획 규모는 총 5조7500억 원에 달한다. 이달 4일 KT가 최대 3000억 원, 이마트가 최대 4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포스코 역시 최대 7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LG유플러스, 롯데제과, 현대제철, CJ ENM, GS에너지, LG화학 등도 회사채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올해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기업들이 사전에 이를 대비하고자 연초부터 회사채 발행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화 펀드 등 정부 지원책과 기관투자자들이 올해 초 본격적인 투자를 재개할 것이란 ‘연초 효과’에 대한 기대도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게 만든 배경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은행대출과 기업어음(CP) 발행 등 회사채를 대체할 자금조달 수단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여기에 채안펀드 가동과 기관 매수세 유입이 기대되고 있어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시장은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발행물량은 쏟아지니 ‘옥석가리기’는 한층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우량한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회사채에만 자금이 몰리고, 그 외 발행사에게는 자금이 몰리지 않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량등급 채권 선호가 지속되면서 우량등급과 비우량 등급의 양극화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이호기자 number2@donga.com